종전 임박에 물가 안정 국면?…"수개월 걸릴 듯"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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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임박에 물가 안정 국면?…"수개월 걸릴 듯" 전망도

미·이란 협상 타결…국제유가 배럴당 80달러까지 하락"각국 에너지 재고 소진…전쟁 이전 수준 회복은 어려워""국제유가 이미 물가에 전이…고물가 수개월 지속될 것"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email protected]
[나이스데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타결이 임박하면서 국제유가와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감은 크게 낮아졌다. 국제유가는 종전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해 배럴당 80 달러 후반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동전쟁 종료 이후에도 물가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크게 올라 있는 물가가 수입물가와 서비스 가격, 공산품 가격에 전이돼 있는 상황이어서 높은 소비자물가 수준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타결됐으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월28일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은 106일 만에 사실상 종전 수순에 들어갔다. 중재국인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공식 서명식이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동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하락 중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 가격은 지난주 배럴당 80 달러 후반대까지 떨어진 뒤 이날 현재 배럴당 80.85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도 배럴당 80.83 달러까지 떨어졌다.

미국과 이란이 합의를 마치고 호르무즈해협에서의 통항이 정상화될 경우 물가 급등에 대한 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종전 후에도 훼손된 에너지 생산시설을 복구하는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미 각국 에너지 재고가 크게 소진된 상황이어서, 이를 보충하기 위한 수요로 인해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인 배럴당 60 달러 선으로 떨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유가가 떨어지더라도 소비자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데도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통상 국제 유가가 국내 석유류 가격에 반영되기는데는 2~3주가 걸린다. 그간 높은 가격으로 도입한 재고량을 소진하는데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 이미 높은 유가가 다른 품목에 전이돼 있는 상황인데다 고환율로 수입물가도 높은 상황이어서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찾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페르시아만 주변국들이 피해를 입은 규모가 크진 않은 것 같아 (전쟁이 끝나면) 유가는 좀 빨리 반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만 전쟁 이전에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으로 워낙 낮았기 때문에 그 수준까지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70달러에서 80달러 초반 정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주원 본부장은 "물가상승률은 시차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올해 늦은 여름까지는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이란의 종전과는 관계 없이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유가 상승은 서비스와 공산품에 전이가 된 상황이고 국제유가도 올해 안에 전쟁 이전 수준인 배럴당 64 달러까지 떨어지기는 어렵다"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 이상으로 올려야 물가가 점진적으로 2% 수준으로 내려올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또 미국과 이란이 협정에 서명하더라도 향후 이란의 핵물질 처리와 동결자산 해제 등을 놓고 복잡한 협상이 남아있는 만큼 아직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종전합의가 아니라 종전 합의를 이루기 위한 첫 단추, MOU에 서명하겠다는 것"이라며 "향후 핵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이란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동결자산을 어떻게 풀어줄 것인지 등에 대한 이행 과정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광석 교수는 "원유 재고분이 적정 재고분을 미달하는 나라들이 생겼고, 재고를 다시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국제유가가 다시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전쟁 발발 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월 2.0%에서 3월 2.2%, 4월 2.6%, 5월 3.1%로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5월에는 석유류 가격이 24.2%나 급등하며 물가 수준을 끌어올렸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5월 물가상승률이 3.7%에 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물가 상승 압력이 큰 상황이어서 향후 석유 최고가격제 해제 여부를 놓고 정부의 고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뚫고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은 유조선 유니버설호가 10일 울산 남구 울산항 원유부이로 정박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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