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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배터리·핵심광물 등 전략산업을 둘러싼 주요국 경쟁이 보조금·수출통제·공급망 재편으로 확산하자 한국 산업정책도 통상·안보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하려는 취지다.
1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최근 '미·중 기술패권 경쟁시대, 한국의 산업·통상·안보 융합형 전략 연구' 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약화로 거래·힘 기반 국제질서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산업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은 이미 국내 기업의 투자·생산 전략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반도체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확보를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를 강화해 왔다.
이에 따라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장비 도입 지연뿐 아니라 첨단공정 전환과 기술 업그레이드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운영 중이고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D램 공장과 충칭 패키징 공장, 다롄 낸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도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AI칩 판매를 제한하자 중국 화웨이 등 현지 기업이 자체 AI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AI칩 자립화가 빨라질 경우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판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도 미·중 경쟁의 영향권에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규정에 따라 2025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을 해외우려기업(FEOC)에서 조달하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리튬·흑연·니켈 등 핵심광물 공급망을 호주·캐나다·미국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커넥티드카 규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정부는 중국·러시아 관련 기업이 설계·개발·제조·공급하는 커넥티드카 부품·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자동차의 미국 내 판매·수입을 제한하는 최종 규칙을 발표했다.
소프트웨어는 2027년 모델부터, 하드웨어는 2030년 모델부터 적용된다.
산업부는 해당 규칙이 국내 자동차 업계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미국 상무부에 정부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 결과 규제범위 축소, 정의 명확화, 소프트웨어자재명세서(SBOM) 제출의무 완화 등 우리 정부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정부 산업정책도 이미 경제안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산업부는 경제안보품목의 국내 생산기반 유지를 위한 생산차액 보조금 예산을 확대하고, 미국의 AI칩 수출통제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대응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산업자원안보실, 산업AI전담국, 한미통상협력과 등 조직 개편 계획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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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는 변화하는 통상 환경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우선 산업정책의 이론적 정당성을 검토한다.
지경학 이론과 경제안보 전략, 산업정책의 귀환 논의 등을 토대로 한국의 전략적 위치와 국가 차원의 전략산업 육성 필요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산업정책도 비교 분석 대상이다.
각국이 보유한 전략자산의 대체 불가능성, 국가와 기업 간 조정능력, 거버넌스 통합도, 외교안보 자율성, 실행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국내 산업자산을 유형화하는 작업도 포함됐다.
산업부는 우리나라가 보유한 전략적 산업자산을 기술격차·가격경쟁력·시장점유율·미래성장성 등을 기준으로 나눠 분석할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주요국 산업정책과 비교해 한국 산업정책의 강점·단점·기회요인·위협요인을 파악한다.
반도체·배터리·조선·철강·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이 공급망 재편과 통상 규범 변화에 동시에 노출된 만큼 산업별 자산을 어떻게 전략화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를 토대로 정부 차원의 산업정책 설계에도 나선다.
산업부는 우리 산업자산과 협력상대국의 산업구조·기술수준·자원보유·시장규모·공급망·안보수요 등 국가별 특성과 수요를 고려한 산업정책을 제시하도록 했다.
산업정책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와 실제 이행을 위한 정부 거버넌스 설계도 검토 대상이다.
산업·통상·안보 정책이 부처별로 나뉘어 추진될 경우 공급망 위기나 기술통제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양자투자협정(BIT), 자유무역협정(FTA) 투자챕터, WTO 보조금협정 등 국제 규범과 국내법의 정합성도 검토할 예정"이라며 "주요국과의 정책 공조와 국내 부처 간 협력 방향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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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2026.06.12 (금) 12: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