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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무총리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한 반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실제 파업 돌입 이후 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따르면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삼성전자 주식회사 2차 사후조정 사건 회의가 끝내 불성립으로 마무리됐다.
중노위는 "중노위 조정안에 대해 노조 측은 수락했으나 사측은 수락 여부에 대해 '유보'라며 서명을 하지 않아 2차 사후조정이 불성립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측은 결렬 직후 입장문을 통해 "노조는 적자 사업부에도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며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경영 원칙이 흔들릴 수 있고, 이 원칙을 포기하면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예정대로 21일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노측 대표인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결렬 직후 입장문을 통해 "전날(19일) 오후 10시께 사측이 거부 의사를 밝히다 철회하면서 이날까지 연장됐으나, 사측은 이날 오전 11시 끝내 입장을 밝히지 않아 사후조정이 종료됐다"며 "예정대로 21일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산업부, '긴급조정' 직접 언급…노동부·중노위는 '신중론'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총파업이 현실화된 만큼 정부가 쟁의행위를 강제로 중단시키고 조정에 회부하는 긴급조정권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법에 규정된 노동부 장관의 권한으로, 대규모 파업 등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나 국민 생활에 중대한 피해를 줄 위험이 있을 때 30일간 파업을 중지시키고 조정 절차에 회부할 수 있는 제도다.
절차상 노동부 장관은 긴급조정을 결정하기 전 중노위 위원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긴급조정을 결정하면 그 이유를 붙여 공표하고, 중노위와 노사 당사자에게 통고해야 한다. 결정이 공표되면 노사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하며, 공표일부터 30일간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이후 중노위가 조정에 들어가고, 조정 성립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중재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
앞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사안의 중대성과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며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청와대가 김 장관의 발언을 두고 "청와대와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산업부 장관으로 할 말을 한 것"이라고 하면서 실제로 정부가 긴급조정권 법적 검토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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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무총리도 1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2차 사후조정 결렬 이후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노동 3권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거기에는 연대와 책임이라는 중요한 원리가 작동한다"며 "오로지 개인 몇몇 사람의 이익만을 위해서 집단적으로 뭔가를 관철해 내는 무력을 준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 노조가 단결권, 단체행동권을 통해 단체교섭을 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좋은데, 그것도 적정한 선이 있지 않나 싶다"며 "세금도 떼기 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주무부처인 노동부와 중노위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홍경의 노동부 대변인은 이날 2차 사후조정 결렬 직후 브리핑을 통해 "조정 불성립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며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대원칙 하에 마지막까지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했다.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한 법리 검토 등을 묻는 질문에도 "아직 대화 시간이 남아 그 부분을 언급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홍 대변인은 "노사 양측이 계속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도 노사가 신청하면 다시 사후조정을 할 수 있다고 했다"며 "쟁점이 많이 좁혀졌다. 아직 대화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 역시 이날 결렬 선언 이후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반박했다.
발동 시 21년 만…파업 파급력·여론이 관건
긴급조정권은 정부가 노동자의 쟁의권을 제한하는 조치인 만큼 실제 역사적으로 발동된 사례는 많지 않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2005년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 단 4차례 뿐이다.
이번 사태에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21년 만의 사례가 된다.
전문가들은 파업 개시 후 실제 파급력과 여론 흐름이 정부 판단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은 "파업에 들어가면 온 나라가 이 문제를 보게 될 것"이라며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동부 차관을 지낸 권기섭 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도 "파업이 되면 빠른 시일 내 발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노동부 장관의 권리로 규정돼 있지만, 노동부 장관만의 생각으로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법원이 18일 삼성전자의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파업의 파급력이 일정 부분 제한될 수 있어, 긴급조정권 발동까지는 나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일 단위 필요인원이 가처분 신청 기준 총 7087명으로, 안전업무 2396명, 보안작업 4691명 등이라고 19일 밝힌 바 있다.
특히 파업 참여율이 예상보다 낮거나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에 직접적인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노동부가 즉각적인 긴급조정권 발동보다 추가 교섭 압박이나 사후조정 재개를 우선할 가능성이 있다.
노동계 반발은 변수…"긴급조정권, 최후의 보루로 남겨야"
긴급조정권이 실제 발동되면 노동계 반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긴급조정권이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강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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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4일 성명을 통해 "단지 산업 규모가 크고 국가경제에 중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며 "이러한 논리가 허용된다면 앞으로 자동차·조선·철강·배터리 등 이른바 국가전략산업 전반에서 노동자의 합법적 파업은 언제든 국가 개입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위험한 선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역시 17일 "긴급조정권은 노동기본권을 제한하는 최후의 비상수단"이라며 "갈등을 힘으로 억누르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노사 관계를 극단적 대립으로 몰아넣고, 결국 더 큰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했다.
전문가들도 긴급조정권 발동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긴급조정권은 카드로 쥐고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쓰고 나면 후폭풍이 생긴다"며 "갈등과 불만은 밑에 깔려 있게 되고, 사측도 작업장의 활력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부담은 결국 정부로 넘어오는 만큼 정부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권기섭 전 위원장도 긴급조정권 발동이 삼성전자 노사관계에 장기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봤다.
권 전 위원장은 "긴급조정권은 정말 최후의 보루로 써야 한다"며 "삼성 노사가 이런 선례를 만들게 되면 앞으로 민감한 문제를 스스로 풀지 못하고 외부 힘에 의존하는 관행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2026.05.20 (수) 1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