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별로 역할이 뚜렷하게 나뉜 '한국 경제 지도'가 처음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기존 지역내총생산(GRDP) 통계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시도 간 공급망 흐름과 생산물 이동 구조가 처음 드러나면서 반도체·석유화학·농축산물 등의 지역별 공급망 분석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데이터처는 18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지역공급사용표(실험통계)'를 처음 공표했다. 지역공급사용표는 일정 기간 지역 경제에 공급·사용된 재화와 서비스를 산업·생산물 기준 행렬 형태로 나타낸 통계다. 지역별 생산·소비·수출입·이출입 구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역 단위 산업연관 통계 성격을 가진다.
임경은 데이터처 경제통계기획과장은 "각 지역이 무엇을 생산하고 생산에 필요한 재화·서비스를 어디로부터 조달하며 생산된 생산물이 어디에서 소비되는지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지역 간 어떤 품목이 이출·이입되는지를 통해 재화와 서비스 흐름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 전국 총공급·총사용 규모는 각각 6809조40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지역내 생산은 5646조6000억원(82.9%), 지역내 사용은 5809조6000억원(85.2%)을 차지했다.
|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의 지역내 생산 비중은 65.3%로 가장 높았다. 반면 호남권은 수입 비중(14.9%), 대경권은 타지역 이입 비중(28.0%)이 가장 높아 외부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역 규모에서는 수도권(106조3000억원)과 동남권(12조1000억원)만 순유출 권역으로 집계됐다. 반면 대경권(-43조6000억원), 호남권(-15조1000억원), 중부권(-11조4000억원)은 순유입 구조를 보였다.
17개 시도 기준으로는 서울의 순유출 규모가 144조2000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울산(38조3000억원), 충남(9조8000억원), 충북(8조6000억원) 등이 순유출 지역으로 나타났다. 경기(-28조2000억원), 경북(-22조7000억원) 등 나머지 13개 시도는 순유입 지역이었다.
데이터처는 같은 순유출 지역이라도 서울과 울산의 성격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서울은 도소매·정보통신·금융·전문과학기술 등 서비스업을 다른 지역으로 공급하는 '내부 순환형' 구조인 반면, 울산은 자동차·석유화학 중심의 '수출입 경제'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산업 구조 차이도 뚜렷했다. 서비스업 산출 비중은 서울(87.7%), 제주(71.1%), 대전(62.3%) 등에서 높게 나타난 반면 광업·제조업 비중은 울산(82.8%), 충남(68.0%), 충북(63.3%) 등에 집중됐다. 부가가치 기준으로도 서울의 서비스업 비중은 92.6%에 달했다.
교역 품목별 특성도 확인됐다. 울산·전남·충남 등은 '석유·화학제품'이 주요 이출 품목이었고 경기·충북은 '전기·전자·정밀기기' 중심 수출 구조를 보였다. 울산과 전남은 수입에서 '광산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지역별 공급망 연결 구조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데이터처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생산한 반도체의 67%는 수출되고 국내 다른 지역으로 이출되는 물량의 절반 정도는 충남으로 이동한다. 충남은 다른 지역으로부터 이입하는 반도체의 80% 이상을 경기로부터 공급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생산 구조에서도 기존 통계로는 잘 드러나지 않던 특징이 확인됐다. 데이터처는 전문·과학·기술서비스 생산의 약 30%가 제조업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경기·충남 제조업 기반 기업들이 연구개발(R&D)·엔지니어링 기능까지 함께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역 간 거래 구조에서는 대부분 시도의 주요 이출 지역이 경기, 주요 이입 지역은 서울로 나타났다. 생산·물류 기능은 경기권에, 소비·서비스 기능은 서울에 집중된 국내 경제 구조가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서비스와 제조업의 역할 분화도 뚜렷했다. 실제로 서울은 도소매·전문과학기술·정보통신·금융서비스 등을 전국으로 공급하는 구조를 보였다. 반면 경기·충남·충북은 전기전자·정밀기기와 석유화학제품 중심 제조업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나타났다.
임경은 과장은 "경기도와 충남이 반도체 생산물 기준으로 굉장히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서비스는 서울 중심으로 전국으로 펌프 역할을 하듯 뻗어나가고, 재화의 흐름은 경기·충남·충북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내부 연계도 강했다. 임 과장은 "수도권은 권역 내 이출입 비중이 50% 내외로 단일 경제권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서비스업 중심의 서울과 제조업 중심의 경기가 긴밀하게 연계된 상호보완적 산업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경제 개방도는 울산(5.20)이 전국 최고였고 충남(4.49), 전남(4.21)이 뒤를 이었다. 데이터처는 원자재·중간재·완제품 이동이 많은 제조업 기반 지역일수록 외부경제 개방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뉴시스
2026.05.18 (월) 1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