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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 부부장은 이날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미(북미) 사이의 접촉은 미국의 《희망》일 뿐이다' 제목의 담화를 공개했다.
그는 최근 미국 백악관 당국자의 발언을 언급하며 "우리는 지난 조미대화에 대한 미국 측의 일방적 평가에 그 어떤 의미도 부여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백악관 당국자는 25일(현지시간) 한국 언론 질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과거 세 차례 대면을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김 위원장과 소통하는 데 열려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부부장은 "다만 지금 2025년은 2018년이나 2019년이 아니라는 데 대해서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국가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그 능력에 있어서 또한 지정학적 환경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엄연한 사실에 대한 인정은 앞으로의 모든 것을 예측하고 사고해 보는 데서 전제로 되여야 할 것"이라며 "그 누구도 현실을 부정할수 없으며 착각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했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핵무력 고도화를 헌법에 명시할 정도로 핵능력을 강화하고, 북러관계를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해석된다.
그는 "우리 국가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배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자기의 현 국가적 지위를 수호함에 있어서 그 어떤 선택안에도 열려있다"고 밝혔다.
이어 "핵을 보유한 두 국가가 대결적인 방향으로 나가는것이 결코 서로에게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최소한의 판단력은 있어야 할 것이며 그렇다면 그러한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 출로를 모색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는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며 "하지만 조미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비핵화실현 목적과 한 선상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우롱으로 밖에 달리 해석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변화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실패한 과거에만 집착한다면 조미 사이의 만남은 미국 측의 《희망》으로만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담화와 관련해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 및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해 북미회담 재개를 적극 지지한다"며 "앞으로 평화 분위기 안에서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고 북미회담 재개를 촉진하는 여건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흔들림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담화는 북미 정상 간 친분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미국이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는 한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미국과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협상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담화는 김 부부장이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다"며 이재명 정부 출범 54일 만에 대북정책에 대해 첫 공식 입장을 낸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대남에 이어 대미 담화를 연속적으로 내며 중장기적으로 한미 반응을 탐색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