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은행 맡기면 처분 유예…3년 이상 보유 농지도 위탁 땐 조사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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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은행 맡기면 처분 유예…3년 이상 보유 농지도 위탁 땐 조사 종결

관행적 임대차·휴경, 농지은행 위탁해 정상화
불법 전용도 부담금 내면 사후 추인…중대 위반 제외

[안양=뉴시스] 농관원 경기지원 조사반이 드론을 활용해 농지 심층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농관원 경기지원 제공).
[나이스데이] 정부가 농촌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농지 임대차와 휴경에 대해 농지은행 위탁 등을 통해 정상화할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자진 정비가 어려워 농지은행에 임대·관리를 맡기면 농지 처분 의무를 유예하고, 3년 이상 보유한 농지는 특별정비 기간에 임대 위탁하면 추가 조사 없이 종결 처리한다.

중대한 위반을 제외한 불법 전용 농지도 요건을 충족하고 농지보전부담금을 내면 사후 추인하는 등 1998년 이후 38년 만에 양성화를 추진한다. 반면 투기목적의 농지 취득이나 농업진흥지역 내 중대한 불법 전용은 현행법에 따라 처분하거나 원상회복하도록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당정 협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농지 전수조사 추진 상황 및 향후 조치계획'을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5~7월 행정정보와 항공사진을 활용한 기본조사를 마치고 지난달부터 현장 확인 중심의 심층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연말께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전수 조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위반을 투기·중대불법과 농촌 현장의 관행적·경미한 위반으로 나눠 처리하기로 했다.

우선 불법 임대차나 휴경이 확인되더라도 곧바로 농지 처분 절차에 들어가지 않는다. 소유자가 직접 경작하거나 농지법상 허용되는 방식으로 임대하는 등 위반 상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자진 정비 기간을 먼저 준다.

기간 내 자진 정비가 어려운 경우에는 농지은행에 임대 또는 관리권을 위탁하면 처분 의무를 유예한다. 구체적인 유예 기간은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현장 의견을 반영해 결정할 예정이다.

농업인끼리 편의를 위해 서로 농지를 바꿔 경작하거나, 마을의 여러 농지를 한 명이 모아 경작하는 등 관행적인 임대차도 정상화 대상이다. 소유자가 농지은행에 위탁하면 실경작자가 해당 농지를 우선 임대해 영농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미등록 상속 농지처럼 소유자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행정청이 대리 경작자를 지정하거나 재산세 납부자 등이 대표로 농지은행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농지도 투기목적이 아니라면 지분 과반을 보유한 공유자들의 동의를 받아 위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임차농 퇴거 등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 농지 임대차 특별정비 기간을 오는 11월15일까지 연장한다.

소유한 지 3년이 지난 농지는 이 기간에 농지은행 임대 위탁하면 모두 수탁하고, 보완조사 대상에서 제외해 조사를 종결하기로 했다.

고령 농업인이나 상속·이농자가 경작하지 못하고 있는 농지도 농지은행에 관리권을 맡길 수 있다. 맹지나 경사지처럼 직접 경작하거나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운 농지는 농지은행이 신청을 받아 가능한 경우 농지로 복구하거나 영농형 태양광 등 대체 활용 방안을 모색한다.

불법 전용 농지에 대해서는 1988년 이후 38년 만에 양성화를 추진한다.

농지전용 허가나 신고 없이 농업용·공공용·비농업용 시설을 설치한 경우 농지보전부담금을 부과한 뒤 사후 전용을 추인해 합법적인 상태로 전환한다.

다만 전수조사가 시작된 지난 5월18일 이전 완공된 시설 가운데 농지법과 다른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시설로 대상을 제한할 방침이다. 농업진흥지역 내 야적장·야영장 등 중대한 불법 전용은 원상회복 명령을 내리고 필요한 경우 처분명령도 함께 부과한다.

비닐하우스나 버섯재배사로 신고한 뒤 실제로는 식당이나 태양광발전 시설로 사용하는 등 위반 의도가 명백한 경우에도 본래 용도로 되돌리도록 자진 정비 기간을 줄 예정이다.

지목과 실제 이용 상태가 장기간 달라진 농지는 지목 변경도 검토한다. 지목상 농지지만 오랫동안 임야화돼 농지로 복구할 실익이 낮은 토지는 실제 현황에 맞춰 임야로 변경하는 방식이다.

거짓 영농계획을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무단으로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등 투기 목적의 위반은 기존 농지법에 따라 처분한다. 농업법인이 농지를 취득한 뒤 부동산업을 하거나 경매로 농지 지분을 공유 취득한 뒤 다른 사람에게 경작시키는 행위도 주요 투기 유형으로 제시됐다.

정부는 취득 당시 실제 영농 의사가 있었는지와 농지 소재지, 취득 방식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해 투기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처분에 앞서 당사자에게 소명과 청문 기회도 부여한다.

정부는 이같은 처분 유예와 불법 전용 사후 추인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농지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한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현행 농지법에는 전수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위반의 제재를 경감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처분 유예와 사후 전용 추인을 위해 특별조치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정 간 입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올해 안에 특별조치법을 마련해 국회 의결까지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농지법상 임대차·휴경 허용 사유를 확대하고 임차농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농지은행을 통해 고령농의 농지를 매입하거나 수탁한 뒤 청년농과 전업농에게 공급하는 등 농업의 세대 전환에도 활용할 방침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