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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나라살림연구소는 '초과 세수로 국부펀드를 만든 나라들, 아일랜드와 호주' 보고서를 통해 우리보다 앞서 국부펀드를 도입한 나라들의 운용 사례를 분석했다.
아일랜드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 다국적기업 조세회피방지프로젝트(OECD BEPS) 규범 도입으로 빅테크 기업들이 핵심 지식재산권(IP)을 아일랜드로 이전하면서 법인세 수입이 2014년 46억 유로에서 2024년 281억 유로로 7배 급증했다.
아일랜드는 고령화에 따른 장기 재정 압박에 대비해 해당 세수를 따로 적립하기로 했다. 2024년 미래아일랜드기금(FIF)을 설립하고 국내총생산(GDP)의 0.8%를 납입하도록 해 안정적인 납입 구조를 마련했다.
하지만 FIF는 운용 인프라를 사전에 갖추지 못해 탓에 첫 납입 후 16개월간 저수익 국채와 현금성 자산으로만 자금을 운용했고, 이로 인한 기회비용 손실은 6억 3000만 유로(약 9200억 원)에 달했다.
호주는 중국발 광산 붐으로 대규모 재정 흑자가 발생하자 이를 공무원 퇴직연금의 미적립 부채(910억 호주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립하기로 했다. 2006년 미래펀드(Future Fund)를 설립하고 초기 605억 호주달러를 일괄 납입한 뒤 추가 납입 없이 수익 재투자만으로 운용해 20년 만에 자산 규모를 4.4배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2024년 알바니즈 노동당 정부가 에너지 전환, 주택, 인프라를 국가 우선순위로 명시하고, 퓨처펀드의 투자 결정시 이를 고려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설립 이후 18년간 유지해 온 수익 극대화 원칙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향후 펀드의 운용 방향이 정권의 의제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형 국부펀드'는 싱가포르의 '테마섹(Temasek)'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정부가 보유한 자산을 주식·채권·대체자산 등에 투자해 국가 재정을 늘리고 미래 재정 수요에 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형 국부펀드는 정부 출자주식, 물납주식의 현물출자 등을 활용해 20조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재정경제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초과세수를 국부펀드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면서 그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국부펀드가 첫 납입 시점에 전담 투자위원회, 수탁기관, 외부 운용사 선발 등 운용 인프라가 완비돼 있어야 아일랜드의 사례와 같은 기회비용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또 현재 한국형 국부펀드의 운용 목표가 '수익 극대화'와 '산업정책 지원'으로 혼재돼 있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신산업 육성과 같은 산업정책은 정책금융을 통해 지원하는게 바람직하고, 국부펀드는 아일랜드의 FIF나 호주의 퓨처펀드처럼 수익 극대화라는 단일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정부는 초과세수를 국가전략산업에 장기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국부펀드와 산업 정책을 목표로 하는 정책금융은 서로 다른 수단"이라며 "수익 극대화와 산업정책 지원을 동시에 추구한다면, 두 목표가 충돌할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운용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펀드의 성격을 먼저 분명히 해야한다"며 "만약 해당 펀드가 수익률을 극대화해 일정 시기 후에 인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책금융에 가깝게 운용돼야 한다면, 이미 운용 중인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2026.06.17 (수) 11: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