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 따로 계산제·빨대 금지…'脫플라스틱' 정책 급선회에 현장 혼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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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 따로 계산제·빨대 금지…'脫플라스틱' 정책 급선회에 현장 혼선 우려

기후부,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정부안 논의 국민 토론회
2030년 폐플라스틱 30% 감축 목표…내년 초 최종안 발표
컵 따로 계산제 도입…소비자, 텀블러 사용 행동 변화 유도
매장서 빨대 사용 제한…정례식장 다회용기 전환 촉진
전례 없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서 '컵 따로 계산제'로
소상공인 "정부가 빨대 주라 말라 안 했으면 한다" 지적

[나이스데이] 앞으로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구매할 경우, 영수증에 일회용 컵 가격이 따로 표시된다. 매장 내에서의 플라스틱 등 모든 빨대 사용이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정부가 일상생활 전반에 적용되는 탈플라스틱 정책에 다시금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오락가락 정책에 현장에서는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날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정부안을 발표하고 최종안 확정에 앞서 의견 수렴을 위한 '탈플라스틱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책에는 2023년 대비 2030년까지 생활계 및 사업장 폐플라스틱을 30% 이상 감축하겠다는 목표가 담겼다.

구체적으로 신재(新材) 플라스틱 사용의 원천적 감량을 비롯해 지속가능한 설계·생산, 회수·재활용 확대, 순환경제 산업경쟁력 강화방안 등 전 주기를 아우르는 과제가 포함됐다.

정부는 국민 토론을 통해 수렴된 의견을 반영해 내년 초 최종안을 확정해 발표할 방침이다.

기후부는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 제도를 개선해 실효성을 제고한다. 재생원료 사용제품엔 감면·면제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폐기 부담이 큰 일회용품엔 더 높은 요율을 적용하다는 구상이다.

영수증에 일회용 컵 가격을 따로 표시하는 '컵 따로 계산제'를 도입한다.

기후부는 일회용 컵을 쓰지 않았다면 줄어들었을 결제 금액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텀블러 사용 등 소비자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품목에 포함한다. 이를 통해 일회용 컵 제조사나 커피 가맹본부도 일회용 컵 수거·재활용 의무를 지게 된다.

EPR은 생산자가 자신에게 부과된 재활용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공제조합에 분담금을 납부하면, 공제조합은 재활용업체 실적에 따라 재활용지원금 지급하는 제도다.

플라스틱·종이 상관없이 모든 빨대에 대해 원칙적으로 매장 내 사용을 제한한다. 다만 스무디 등 빨대가 필요한 음료를 구매하거나 소비자가 요청하는 경우엔 제공이 가능하도록 했다.

장례식장의 다회용기 전환도 촉진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장례식장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규제를 검토하고 다회용기 사용 지원 확대도 병행할 방침이다.

일회용 배달용기는 경량화를 유도하기 위해 두께와 재질을 표준화한다.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시행하고 다회용 택배도 확산하려고 한다.

다만 현장에서는 탈플라스틱 정책 추진에는 공감하지만, 잦은 정책 변화로 혼선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대표적이다. 당초 정부는 카페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구매할 경우 300원의 보증금을 내고, 컵 반납 시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제도였다.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현장 도입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결국 정부는 제주와 세종에서 선도 시행에 나섰다. 이후 정책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사실상 전국 확대를 철회하고 '컵 따로 계산제'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플라스틱 빨대 정책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022년 11월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를 무기한 유예하기로 했다가, 이번 대책을 통해 다시 원칙적으로 사용을 제한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서도 현장 도입에 혼란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인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정부에서 빨대를 주라 말라 얘기를 하는데 안 했으면 한다"며 "어떻게 해아 될지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이번 탈플라스틱 대책이 최종안이 아닌 만큼, 업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실효성을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앞선 정부에서 탈플라스틱 대책의 일환으로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하고 법제화하고 실제로 시행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갔지만 제도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취지와 실제가 불일치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판매자나 소비자 모두를 불편하게 하면서도 정작 감량에는 도움이 안 되는 그런 제도를 시행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