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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보석 심문을 앞두고 증인을 회유할 우려(증거인멸)가 있다는 특검의 지적에 대한 방어 논리를 구성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샤넬 가방을 구두로 교환한 핵심 증인 유경옥 전 행정관이 법원 증인신문에 돌연 불출석하면서 이같은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6일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김 여사 공소장 내용과 수사 경과로 알려진 내용 등을 종합하면, 2022년 4월 7일 윤영호 당시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전씨에게 시가 802만원의 샤넬 가방 1개와 천수삼 농축차를 건넨다.
비슷한 시점에 전씨는 김 여사 측에 가방을 전달하고, 김 여사 수행비서인 유 전 행정관은 해당 가방을 구두와 가방 2개로 교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전씨는 2022년 4월 23일께 김 여사에게 비밀리에 통일교와 접촉할 것을 제안하고, 같은 달 30일에 UN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등 교단 현안과 관련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7월 5일 윤 전 본부장은 김 여사의 나토 해외 순방을 앞두고 전씨를 한 호텔에서 만나 1271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1개와 천수삼 농축차 1개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본부장은 금품을 건네며 '통일교의 각종 대규모 프로젝트와 행사에 정부의 조직, 예산, 인사를 지원해 달라'는 청탁도 함께 전달했다는 게 특검 조사 결과다.
특검의 공소장에는 그 직후의 경과도 적시돼 있다. 2022년 7월 11일 전씨는 윤 전 본부장에게 김 여사가 선물을 받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고, 나흘 뒤 김 여사는 윤 전 본부장에게 전화해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어 같은 해 7월 29일 윤 전 본부장은 다시 전씨에게 '통일교 국제행사 서밋 2022&리더십 콘퍼런스'에 교육부 장관의 예방을 요청하면서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1개를 전달한 것으로 특검은 판단했다. 전씨는 윤 전 본부장에게 '여사님이 큰 선물이라고 놀라셨지만 별다른 말씀이 없다'는 반응을 전했다고 한다.
서울남부지검에서 강제수사에 착수한 그동안 김 여사나 전씨 모두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전씨가 진술을 바꾸고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던 금품을 특검에 제출하며 반전을 맞았다.
김 여사와 별도로 구속 기소된 전씨 측은 지난달 14일 자신의 첫 공판에서 김 여사에게 건넨 금품을 통일교 측으로부터 김 여사에게 전달하는 것을 전제로 받았다고 시인했다. 이어 지난달 21일 샤넬 가방과 가방을 교환한 구두,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특검에 자진 제출했다.
전씨 공판에서는 김 여사가 윤 전 본부장과 통화하며 '한학자 총재에게 비밀리에 인사 드리겠다', '물건을 잘 받았다'고 말하는 통화 녹음이 재생되기도 했다. 특검은 신발엔 스크래치가 나 있고 가죽에 사용감이 있다고도 했다.
이에 김 여사 측은 전날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사과했다. 자신의 의혹과 관련해 지난 대선 기간에, 특검에 처음 소환되면서 사과한 데 이어 세 번째 사과를 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와 언론에 배포한 사과문을 뜯어 보면 법정에서 형량을 낮추거나 보석 심문에서 유리한 결과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여사의 보석 심문기일은 오는 12일 잡혀 있다. 특검은 김 여사를 지금 풀어주면 증인을 접촉해 증언에 영향을 미치는 등 여러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보석에 반대한다. 이 대목에서는 김 여사 공판 과정의 증인신문에 돌연 불출석 했던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이 꼽힌다.
유 전 행정관은 김 여사의 수행비서를 맡았던 인물로 이 사건에서는 샤넬 가방을 구두 등으로 교환한 핵심 증인이다. 지난달 29일 김 여사 재판의 증인신문에 나타나지 않았다. 재판부는 보석 심문 이후인 오는 14일 재소환했다.
김 여사 측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 성립은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단순 선물이라고 여겼을 뿐, 대가관계가 오간 바 없었다는 대목이다.
김 여사 측은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전성배는 본인의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선물을 받는 것을 꺼려하였으나, 종교단체의 선물은 받아도 사고가 나지 않으니 괜찮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며 "(김 여사의) 안일한 인식" 때문에 선물을 받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한다.
공교롭게도 전씨 역시도 금품을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알선수재죄 성립은 부인하고 있다. '알선 의뢰자(통일교 측)와 행위자 사이 합의가 존재해야 하는데 사전 청탁은 없었고 사후 청탁만 존재했다'는 게 전씨 측 입장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상대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인데 이를 고려한 방어 전략을 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뇌물죄는 신분범이다. 김 여사는 공무원이 아니라 뇌물죄를 적용하지 못한다.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한 특검은 통일교 측의 청탁이 '정부의 조직, 예산, 인사'였던 만큼 윤 전 대통령의 직무와 연관된 분야라고 보고 있다. 김 여사가 '단순 선물'이라는 입장을 밝힌 배경은 윤 전 대통령과의 직무 연관성이라는 특검의 의심을 차단하기 위한 계산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여사가 인정한 대목은 2022년 4월과 7월 샤넬 가방을 받은 사실 뿐이다. 공소장 속의 시가를 계산하면 2073만원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는 수뢰액이 3000만원 이상이어야 적용할 수 있다. 설령 뇌물죄가 성립되더라도 형량을 낮춰 보려는 계산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뉴시스
2025.11.07 (금) 2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