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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이후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자 글로벌사우스 등 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해 공을 들였다.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글로벌 통상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에 대응해 다변화 노력이 더욱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3.7% 감소한 621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7월에는 일시적으로 1.4% 증가했으나 지난달에는 12% 급감하며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고, 이달 10일까지 수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했다.
그럼에도 전체 수출은 아직 견고하다. 올해 상반기 총 수출액은 3347억 달러로 전년 대비 0.03% 감소에 그치며 보합세를 기록했다.
7월 수출은 전년 대비 5.9% 증가한 608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지난달 역시 1.3% 증가한 484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달 10일까지 전체 수출도 전년 대비 3.8% 증가한 192억 달러를 달성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다른 시장에서의 수출 증가가 이를 상쇄하고 있는 셈이다.
수출지형 변화는 구체적인 수치로도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대미 수출은 621억8200만 달러로 수출 지역 기준 1위를 지켰다. 같은 기간 대중 수출이 604억8800만 달러, 대아세안 수출이 576억1000만 달러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며 양상이 달라졌다. 7월에는 대중 수출이 110억5000만 달러로 1위에 올랐고, 대아세안 수출이 109억1000만 달러로 2위, 대미 수출은 103억3000만 달러로 3위로 내려앉았다.
지난달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져 대중 수출이 110억1000만 달러, 대아세안 수출이 108억9000만 달러, 대미 수출이 87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상반기까지 수출 1위 자리를 지켰던 미국이 아세안에도 따라잡히며 3위 수출 지역이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정부가 추진해온 수출시장 다변화 전략의 결과로 풀이된다.
산업부는 지난해 8월 아세안·인도·중동·중앙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 글로벌사우스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통상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특히 아세안과는 '한-아세안 경제·통상 싱크탱크 다이얼로그(AKTD)'를 마련하는 등 본격젹인 협력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에는 글로벌사우스 핵심 지역이자 해외 진출 기업의 약 40%가 위치한 아세안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기도 했다.
산업부는 두바이 무역사절단을 시작으로 유망 권역별 무역사절단 사업도 개시했다.
해당 사업은 공급망 재편·디지털 전환·탄소중립 등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유망 시장과 품목을 발굴해 전략 수출지역에 우리 기업을 파견하는 프로그램으로, 글로벌사우스 등 대체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접근을 강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당장 이재명 대통령부터 수출 다변화 필요성을 직접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다 보니 미국이 관세를 가지고 압박하는 것 아니냐"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라면 수출국가 다변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부를 향해 "관련 기업들이 스스로 노력하는 게 있는데 새로운 수출 국가·품목 개발을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차등을 두거나 우선 지원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느냐"고 질의하기도 했다.
정부가 기업의 자율적 시장 개척을 뒷받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산업부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재검토에 나섰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목표로 공산품, 농업 제품을 포함 모든 품목의 관세를 철폐하고 정부 조달, 지적 재산권, 노동 규제, 금융 등 모든 비관세 장벽을 허물어 자유화하는 협정이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중 통상 마찰 상황 속에서 수출 시장을 다변화 하겠다"며 "CPTPP와 같은 부분도 전략적으로 검토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경제적 타당성 부분을 업데이트 했고 회원국들과도 협의를 하고 있다"며 "다시 (추진)하게 된다면 재정비 한 뒤 국회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