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취임 100일]숨 가쁜 외교전…한미 정상 신뢰 첫발, 관세 협상 후속·동맹 현대화 등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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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취임 100일]숨 가쁜 외교전…한미 정상 신뢰 첫발, 관세 협상 후속·동맹 현대화 등은 과제

100일 간 바쁜 외교 일정 소화…탄핵 공백 메우고 '외교 정상화' 시동
미·일 정상외교 복원…통상·안보 세부 협상·과거사 갈등은 숙제
북·중·러 밀착…'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부각, 실용외교 성과 난제

[나이스데이]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석달 간 숨 가쁜 외교 일정을 소화하면서 탄핵 사태로 마비된 정상외교를 다시 가동시켰다.

탄핵 사태로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한 이재명 정부는 반년 이상 멈춘 정상외교의 공백을 메우려는 노력으로 취임 초 한미, 한일 정상외교 채널을 다시 가동하면서 한미 동맹은 물론 한일 관계 개선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가라앉힌 성과를 거뒀다.

이 대통령은 취임한 지 12일 만에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짧은 시간 동안 다자회의와 양자회담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 모두 9개국 정상 및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을 가졌다. 역대 대통령들이 첫 정상외교에 두 달 정도 걸렸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외교 정상화에 시동을 건 셈이다.

이 대통령 취임 82일 만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한미동맹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조선, 원자력, 인공지능(AI) 등 양국 간 협력 분야의 지평을 넓히고, 국방비 증액 등을 통한 동맹 현대화의 필요성에 정상 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기틀을 다진 점은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일각의 친중 성향 인식을 해소하고 안미경중(安美經中)이라는 전략적 모호성을 탈피해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감을 형성하고 신뢰를 구축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여기에는 워싱턴보다 일본 도쿄를 먼저 들러 대일(對日) 관계 개선의 모멘텀 유지를 확인시켜준 이 대통령의 전략적 판단도 주효했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방한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일본을 방문해 '셔틀 외교'를 재개하고, 일본과는 안보,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일 협력을 이어가는 동력을 마련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목표로 잡았던 경제·통상 안정화나 안보 동맹 현대화와 관련한 공동성명 등 합의 문서를 채택하지 않아, 한미 관세협상 등 여러 현안의 세부 사항을 협의해 나가는 것이 과제로 남게 됐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미 이민 당국의 한국인 체포·구금 사건 같은 일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도 숙제다.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됐지만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의 운용 방식이 불분명하고, 자동차 관세의 인하 시점이나 반도체·의약품 최혜국 대우 이행 여부 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상회담에서는 대중(對中) 견제를 고려한 주한 미군의 역할 조정이나 감축 등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올가을 미 국방부가 새 국가방위전략(NDS)을 제시하고 연례 한미 안보협의회의(SCM)가 개최되면 미국이 새로운 압력을 행사할 여지도 있다.

아울러 한일 관계에서도 과거사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풀어야 할 숙제다. 이재명 정부의 대일(對日) 외교 기조는 국익을 중시하는 실용외교에 바탕을 둔 '투트랙' 접근으로 과거사 문제를 현안 논의와 연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역사 현안이 한일 양국 간 상시적인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매년 반복되는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독도 역사 왜곡 논란 등과 같은 고질적인 과거사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한일 간 갈등의 골이 언제든지 다시 깊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으로 중국, 러시아와 외교채널 정상화를 통한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지만 당분간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북한은 핵(核)보유국으로서의 입지를 점점 더 강화하고 있고, 미중 전략 경쟁 심화는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의 신냉전을 자극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도 엄중해지고 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해 천안문 망루에 나란히 선 건 신냉전 구도를 반영한 상징적인 장면이다.

북한이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과도 관계 복원을 통해 안보는 러시아, 경제는 중국과 협력하는 이른바 '안러경중'의 외교 전략을 펼치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은 더 악화됐다. 더군다나 강대강 대결 구도로 거세게 치닫는 미·중 갈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교 현안 대응은 이재명 정부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어려운 숙제 중 하나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