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사건 무죄율 10.7%…일반 형사사건보다 3배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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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사건 무죄율 10.7%…일반 형사사건보다 3배 높아

국회입법조사처, 2022년 법 도입 후 1252건 전수 분석
유죄 49건 중 42건이 집행유예…벌금형 평균 7280만원
법 도입 전후 사망률 변화 없어…현장 체감 변화도 전무
"미비한 시행령 등 정비하고 합리적 양형기준 마련해야"

[나이스데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3년을 맞이한 가운데, 수사사건 10건 중 1건은 무죄가 선고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또 7건 이상이 여전히 수사 중이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8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대재해처벌 등의 관한 법률의 입법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사고가 발생한 원인이 안전보건 조치 확보 의무 위반일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올해 7월 24일까지 발생한 중대산업재해 건수 2986건 중 사업주 법 위반 사실이 아니어서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를 제외한 1252건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무죄 비율이 10.7%로 일반 형사사건의 무죄 비율인 3.1%보다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 수준도 타 범죄에 비해 낮았다. 집행유예율이 85.7%로 일반 형사사건(36.5%)보다 2.3배 높았다. 47건의 징역형 유죄 형량 평균은 1년1개월형으로, 이 중 42건이 집행유예였다.

벌금액수 역시 20억을 선고받은 삼강에스엔씨를 제외하면 평균 7280만원 수준이었다.

수사 속도도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수사 대상 사건의 73%(917건)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6개월 초과 처리 비율은 고용노동부 수사 사건의 경우 50%, 검찰은 56.8%였다.

입법조사처는 이를 토대로 국내 처음으로 입법 영향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중대재해법 입법 핵심 취지였단 '산업재해 감소'에 있어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법조사처는 "중대재해법 시행 후 재해자 수는 증가했고, 사망자수는 변화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사업장 규모별로 살펴봐도 같았는데, 이는 당초 중대재해법이 5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장 규모별 맞춤형 안전보건 지원 및 감독 체계를 갖추도록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책임자 처벌 문제와 관련해서도 "수사 지연이 법의 실효성을 저하시키는 핵심 요인"이라며 "유죄판결을 받은 49건 중 징역형이 선고된 47건의 형량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이어서 법에서 정하는 하한선(1년 이상)에 근접하거나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새로운 작업 방식이 도입되거나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큰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중대재해 배후 요인으로 볼 수 있는 노동 강도는 거의 변화가 없었고 노동조합이 안전보건 관리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하는 변화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입법조사처는 분석을 통해 ▲미비한 시행령 및 관련 규정 정비 ▲수사 중 사건 비중 감소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인센티브·경제적 불이익·제도적 인프라 지원 도입 ▲합리적인 양형기준 마련 등을 제안했다.

특히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경제적 제재 방안으로는 매출액 이익 연동 벌금제, 재산 비례 벌금제, 사고 이력 가중 벌금제, 이익환수형 과징금제, 산재보험 차등 보험률제 등을 제시했다.

이관후 입법조사처 처장은 "산업 현장에서 일하다 크게 다치거나 죽어도 평균 벌금이 7000만원대라는 현실은 법의 입법취지를 달성했다고 보기에 대단히 미흡하고, 수사 중 사건에 대한 조속한 처리도 필요하다"며 "검찰, 경찰, 고용부가 협업하는 '중대재해법 합동수사단'과 같은 적극적인 조치를 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