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에 지친 걸작…바티칸, '최후의 심판' 복원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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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관광객에 지친 걸작…바티칸, '최후의 심판' 복원 돌입

미켈란젤로의 르네상스 대작
"2026년 부활절 전 완공 목표”

[나이스데이] 네상스의 성취가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의 ‘오버투어리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바티칸 미술관은 13일(현지시각), 미켈란젤로의 대작 '최후의 심판'이 2026년 초 대규모 복원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매년 수백만 명이 몰려드는 관광객 행렬이 성스러운 프레스코의 안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1536년부터 1541년까지 제작된 이 작품은 시스티나 성당 제단 벽 전체(세로 14.6m, 가로 13.7m)를 가득 메운 초대형 벽화다. 재림한 그리스도가 인류를 심판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천국에 오른 이들, 우측에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이들이 극적으로 배치돼 있다. ‘하늘과 지옥’을 동시에 품은 이 장엄한 벽화는 르네상스 미술의 정점으로 꼽힌다.

미술관에 따르면 복원은 10여 명의 보존가가 참여해 10층 규모의 임시 비계 위에서 진행되며, 2026년 3월 말 부활절 이전 완공을 목표로 한다. 바티칸 복원연구소장 파올로 비올리니는 “작품의 물리적 상태뿐 아니라 그 성스러운 의미까지 함께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티칸은 현재 라파엘로의 방과 연결되는 ‘로지아(Loggia)’ 복원도 병행 중이다. 라파엘로의 디자인에 따라 제자들이 완성한 이 회랑 장식 공간은, 16세기 ‘그로테스크(grotesque)’ 장르의 유행을 촉발시킨 세계문화유산적 가치가 있다. 지난여름 마무리된 ‘콘스탄티누스의 방’ 프로젝트에서는 라파엘로의 미확인 작품 2점이 새롭게 드러나며, “복원은 단순히 색을 되살리는 작업이 아니라 미술사의 서사를 다시 쓰는 일”임이 입증되기도 했다.

1923년 설립된 바티칸 복원연구소는 단순히 예술품의 물리적 손상만을 고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품이 지닌 비물질적이고 성스러운 의미까지 함께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