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도 폭염에도 리어카…폐지 159㎏ 모아 받은 돈은 6000원[현장] 서울 낮 최고 37도…오전 6시부터 폐지 수거달궈진 손잡이 잡고 좁은 차도서 159㎏ 끌어서울 폐지 수거 노인 2400명…70대 이상 90%소득보장·노인일자리 연계 등 맞춤형 지원 필요 뉴시스 |
| 2026년 08월 06일(목) 10: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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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치솟은 지난 4일, 뉴시스는 서울 성북구 일대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임천호(65)씨의 작업에 동행했다.
모자와 기능성 반팔 티셔츠, 긴 바지 차림의 임씨를 만난 것은 오전 9시께 성북구 삼선동의 한 고물상 앞. 임씨는 오전 6시부터 3시간 동안 모은 폐지를 리어카에 싣고 고물상을 찾은 참이었다.
고물상에 폐지를 내려놓은 임씨는 "집에 가봤자 할 일이 없다"며 곧바로 빈 리어카를 끌고 다시 성신여대역 인근 상권으로 향했다.
임씨는 한 번 나서면 보통 3~4시간씩 리어카가 가득 찰 때까지 돌아다닌다. 낮 12시께 집으로 돌아가 한낮 더위를 피한 뒤 오후에 다시 밖으로 나온다. 밤에는 술을 마신 행인과 시비가 붙을 수 있어 되도록 폐지를 줍지 않는다.
강한 햇볕이 내리쬐면서 리어카의 철제 손잡이도 금세 뜨겁게 달아올랐다.
"맨날 잡으니까 익숙해져서 크게는 안 느껴져." 장갑을 끼지 않은 임씨가 달궈진 손잡이를 맨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장갑을 벗었다가 다시 끼는 일이 번거롭다는 이유였다.
임씨는 성신여대 인근 골목과 상가를 돌며 버려진 종이상자를 발견할 때마다 리어카를 멈춰 세웠다. 커터칼로 상자에 붙은 테이프를 뜯어낸 뒤 납작하게 펼쳐 차곡차곡 쌓았다.
쉬어도 생계 걱정…"리어카가 차야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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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가 폐지 수거를 시작한 것은 한 달여 전이다. 그는 20년 동안 창호 설치 일을 했지만 건강이 나빠져 일을 그만뒀다. 한동안 쉬던 중 주변의 권유로 폐지를 줍기 시작했다.
임씨는 "20년 동안 계속 일을 해왔는데 갑자기 안 하니까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노인 일자리도 찾아봤지만 자리가 나지 않아 포기하던 차에 주변의 권유로 폐지 수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폭염에 지칠 때면 그늘을 찾아 쉬거나 담배를 피웠다. 임씨는 "더우면 그늘에 앉아 쉬면서 생각을 많이 한다"며 "내가 왜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싶고, 어떨 때는 비참하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근처 편의점에 들른 임씨는 생수를 사 마시며 그늘에 앉아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지자체 등에서 무료 생수를 나눠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받아본 적은 없다고 했다. 어디에서 받을 수 있는지 잘 모르기도 하고, 편의점에서 물을 사 마시는 게 더 편하다는 이유다.
이날은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오르며 오전 11시부터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날이었다. 모자를 쓴 임씨 얼굴에는 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임씨는 "날이 더워도 리어카가 다 찰 때까지 돌아다닌다"고 했다.
오전 11시 30분께 고물상에 도착해 폐지 무게를 재자 159kg가 나왔다. 3시간가량 돌아다니며 모은 폐지의 대가는 6000원. 임씨는 "200kg는 넘게 모아야 만 원 받을까 말까 한다"며 "요즘 폐지값이 너무 많이 떨어졌는데, 정부에서 가격을 좀 더 올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폭염 사각지대 된 폐지 수거 노인…"대체 소득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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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 6월 말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은 약 2400명. 이 가운데 80대 이상이 51%를 차지했고, 70대도 39%에 달해 전체의 90% 이상이 70대 이상 고령층이다. 폐지 수거 이유로는 응답자의 67%가 '생계비 마련'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폭염 속 폐지 수거가 고령자에게는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노동이라고 지적한다. 무거운 폐지를 실은 리어카를 끌고 장시간 야외를 이동해야 하는 데다 대부분 고령이어서 폭염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폐지 수거 노인들이 폭염에도 일을 멈추지 못하는 배경에는 빈곤뿐 아니라 평생 몸에 밴 노동 습관과 취약한 노후 소득보장 체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큰 이유지만 평생 성실하게 일하고 근검절약하며 살아온 생활 방식이 몸에 밴 경우도 많다"며 "집에 있어도 할 일이 없다는 말 역시 일을 해야 하루를 보냈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폭염 속 노동은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는 노인일수록 쉬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특별수당을 지급하는 등 여름철에는 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노인빈곤 문제는 꼴등 수준"이라며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는 국민연금 도입 이전에 경제활동을 했거나 가입 기간이 짧아 연금을 받더라도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폐지 수집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근절하고 국민기초수급이나 노인일자리 사업 등 대체 소득원을 마련해야 한다"며 "생활지원사 등을 활용해 폐지 수집 노인을 관리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의료·심리·사회적 욕구까지 파악하는 적극적인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