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첫 도전 정주연 "제 악기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 찾았죠" [문화人터뷰]

합창단원에서 오페라 주역, 바그너까지…끝없는 도전이달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하이라이트' 무대 출연

뉴시스
2026년 08월 03일(월) 09:19
메조소프라노 정주연이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나이스데이] "다른 연주를 일부러 찾아 듣지 않았어요. 억지로 무거운 소리를 흉내 내기보다 제 '악기'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를 찾고 싶었습니다."

메조소프라노 정주연(35)이 생애 첫 바그너 무대에 오른다. 오페라 가수에게도 가장 높은 난도로 꼽히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하이라이트'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남의 소리를 흉내 내기보다 자신만의 음색으로 바그너를 노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정주연은 "바그너는 제 인생에 없을 줄 알았던 작곡가였다"며 웃었다.

오는 8일 예술의전당과 14일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그는 플로스힐데와 에르다를 맡는다. 긴 러닝타임과 방대한 오케스트라, 높은 성악적 난도로 유명한 바그너에 처음 도전하는 무대다.

독일에서 바그너 전문 성악가 크리스티안느 리보어를 사사한 그는 의외로 '소리'보다 '말'을 먼저 배웠다고 했다.

"선생님은 바그너일수록 일상에서 말하듯 노래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아리아 한 부분만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이야기처럼 끌고 가야 한다는 거죠."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메조소프라노 정주연이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번에 맡은 두 배역은 모두 콘트랄토 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무거운 음색을 만들지는 않았다.

"다른 연주를 일부러 찾아 듣지 않았어요. 억지로 소리를 만들기보다 제 악기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나오는 음색으로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최근 피아노 리허설에서는 자신이 준비해 온 방향이 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숑의 해석과도 맞아떨어졌다고 한다. 그는 "준비했던 부분을 인정받는 느낌이라 큰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주연이 처음부터 솔리스트를 꿈꾼 것은 아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뒤 부천시립합창단에서 8년간 활동했다. 매일 새로운 악보를 익히고,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호흡을 맞춘 시간은 지금도 가장 큰 자산이라고 했다.

"합창단에서는 서로의 소리를 맞추는 법을 배웠어요. 지금 상대 배역과 호흡을 맞추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배움에 대한 갈증은 점점 커졌다. 서울시오페라단 '리골레토'에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솔리스트에 대한 꿈이 더욱 선명해졌고, 결국 단원 생활을 마무리한 뒤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솔리스트가 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도 '자신만의 색'을 찾는 일이었다.

"합창은 하나의 목소리를 만드는 작업이라면 솔리스트는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럴 때마다 지휘자와 선배들을 붙잡고 끊임없이 질문했어요."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메조소프라노 정주연이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그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맺었다. 2024년 서울문화재단 오페라 '카르멘'으로 처음 주역을 맡았고, 같은 해 독일 라이프치히 리하르트 바그너 콩쿠르 3위에 올랐다. 이후 서울시오페라단 '파우스트', 국립오페라단 '한여름 밤의 꿈', '베르테르' 등에 출연하며 활동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성악을 시작한 계기는 우연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국어 교사의 권유로 처음 자신의 재능을 발견했다. 성적이 좋았던 만큼 아버지는 외국어고 진학을 권했지만, 그는 성악을 포기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레슨 선생님을 직접 찾아 15명의 명단을 만들었고, "선생님 한 분이라도 소질이 없다고 하면 포기하겠다"며 아버지를 설득했다. 하지만 여덟 번째 선생님까지 누구도 그의 재능을 부정하지 않았고, 결국 성악의 길을 걷게 됐다.

정주연은 "처음 성악을 배울 때는 해부학이나 과학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안 되는 부분을 고민하고 우연히 찾은 좋은 울림을 다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질리지 않은 일이 성악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자신의 가장 큰 장점으로 '성실함'을 꼽았다. 악보를 누구보다 꼼꼼히 분석하고 연습하는 습관은 지금도 변함없다. 다음 달부터는 카를스루에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에 진학하고, 독일 갈라 콘서트와 국내 협연도 이어질 예정이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그의 대답도 결국 '자기만의 소리'로 돌아왔다.

"'삼손과 데릴라'의 데릴라, '장미의 기사'의 옥타비안, '돈 카를로'의 에볼리까지 메조소프라노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을 모두 해보고 싶어요. 다만 에볼리는 아직 부르지 않았습니다. 제 악기가 충분히 무르익었을 때, 그때 만나고 싶습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메조소프라노 정주연이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뉴시스
이 기사는 나이스데이 홈페이지(www.nice-day.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nice-day.co.kr/article.php?aid=15772748316
프린트 시간 : 2026년 08월 03일 13:0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