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걷어낸 자리에 돋아난 가시…투모로우바이투게더, 고통 긍정 '청춘의 윤리학'

미니 8집 '세븐스 이어: 가시덤불에 잠시 바람이 멈췄을 때' 리뷰

뉴시스
2026년 05월 13일(수) 13:02
[서울=뉴시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사진 = 빅히트 뮤직(하이브) 제공) 2026.04.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나이스데이]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투바투)의 서사는 언제나 소년의 내면을 향해 있었다. 세계의 멸망과 구원을 소년의 우울과 결부 짓던 '세카이계(世界系)'적 상상력은 이들을 설명하는 강력한 무기였다. 세카이계 감성은 일본 걸작 만화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원류를 둔 일본 서브컬처 중 하나다. 주로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 소년과 다른 소녀의 섬세한 작은 관계성이 세계의 거대한 운명과 직결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판타지의 장막이 걷힌 후, 마법이 사라진 현실에는 필연적으로 상처를 동반하는 가시덤불이 도사리고 있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최근 발매한 미니 8집 '세븐스 이어(7TH YEAR): 가시덤불에 잠시 바람이 멈췄을 때'는 환상의 세계를 졸업한 소년들이 현실의 고통을 어떻게 대면하는가에 대한 윤리적 응답이다. 데뷔 후 7년, 전원 재계약이라는 굵직한 전환점을 돈 다섯 멤버는 회피 대신 직시를 택했다. 고통의 정체를 정확히 바라보고 언어화하는 일은 타인, 나아가 자기 자신과 제대로 연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도 엄정한 조건이다.

이번 앨범 첫 트랙 '베드 오브 손스(Bed of Thorns)'는 이러한 앨범의 미학적 태도를 함축한다. 슬로우 래빗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히트맨 뱅), 루마니아 출신 싱어송라이터 소라나(Sorana)가 의기투합한 이 일렉트로닉(Electronic) 곡은 아르페지오 신시사이저의 둔탁한 울림 위로 "아이 메이드 바이 베드 손스(I made My bed of thorns), 몸을 뉘어 기꺼이"라는 선언을 얹는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 가시밭길일지라도 온전히 감당하겠다는 의지다. 상처("찬란히 흐르는 티어스(tears) 내 가시덤불을 적셔")를 부정하지 않고 기꺼이 껴안는 태도는, 스스로 짊어진 세계의 무게를 책임지려는 청춘의 성숙함을 증명한다. 상처가 없기를 바라는 것은 환상 속에 머물겠다는 도피지만, 이들은 기꺼이 상처 입기를 결심하며 현실로 발을 내디뎠다.

[서울=뉴시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2026.04.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타이틀곡 '하루에 하루만 더(Stick With You)' 역시 단순한 이별 노래에 머물지 않는다. 미국 가수 스토킹 지아(Stalking Gia) 등이 참여해 빈티지한 드럼 사운드와 테크노 펑크(techno punk) 요소를 엮어낸 일렉트로 팝(Electro pop) 넘버다. "하루에 하루를 더해 평생을 만들래"라는 지질하고도 애절한 호소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생존의 다짐이다.

특히 이번 음반은 다섯 멤버가 직접 화자가 돼 내밀한 이야기를 꺼냈다는 점에서 그 유기성이 더욱 짙다. 연준과 태현이 작사, 작곡에 참여해 거친 랩을 토해내는 신스 펑크(Synth funk) '소 왓(So What)', 휴닝카이가 멜로디를 쓴 얼터너티브 R&B(Alternative R&B) '투애니퍼스트 센추리 로맨스(21st Century Romance)', 수빈이 노랫말을 보탠 얼터너티브 팝(Alternative pop) '다음의 다음'까지 멤버들의 흔적이 앨범 곳곳에 배어있다. 소음 속에서도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내면의 주파수를 찾겠다는 의지는 앨범을 관통하는 단단한 뼈대가 된다.

[서울=뉴시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주목할 점은 이들의 행보가 고통과 사유의 세계에만 고립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웨이브 예능 '티엑스티(TXT)의 육아일기'에서 보여준 우당탕탕 육아 도전기는 이들이 현실에 얼마나 단단히 발 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14개월 아기를 돌보며 땀 흘리는 모습은, 무대 위 완벽한 우상의 허물을 벗고 대중의 일상적 호흡과 교감하려는 치열한 노력이다. 거창한 세계관의 붕괴 이후 마주한 진짜 삶은 이토록 생활 밀착형의 땀방울과 무해한 웃음으로 이뤄져 있다.

불안은 더 이상 극복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살아 숨 쉬며 동행해야 할 조건이다. 가시에 찔릴 것을 알면서도 '다음의 다음'을 향해 기꺼이 미지에 몸을 던지겠다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정확하고 단단하다. 가시덤불에 잠시 바람이 멈춘 고요한 찰나, 이들은 마침내 가장 투명한 슬픔과 정확한 긍정으로 팀의 두 번째 챕터 '2.0'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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