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구속영장 신청 4배 늘어도 발부율은 35%…법원 장벽 여전

격리 신청 최대 9배↑에도 발부율 30%대
도주 우려 중심 판단…재범 위험 반영 한계

뉴시스
2026년 04월 09일(목) 11:12
[나이스데이]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 경찰이 가해자 격리 신청을 최대 9배까지 늘렸지만, 법원 발부율은 전년 절반 수준인 30%대로 떨어졌다. 수사기관의 격리 시도가 사법부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피해자 보호 공백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남양주 스토킹 살인 후속조치 결과' 3월 18일부터 이달 2일까지 16일간 전수점검을 실시해 수사 중 사건 등 2만2388건 중 1626건을 고위험으로 분류했다.

이 기간 구속영장 신청은 하루 평균 5.1건에서 24.3건으로, 유치는 3.7건에서 28.8건으로, 전자장치 부착은 2.4건에서 23.2건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건 세 건 중 하나꼴이었다. 발부율 35.7%로, 2025년 평균(59.7%)보다 24%포인트 낮다. 유치 결정률(26.5%)과 전자장치 결정률(35.8%)도 전년(45.4%, 36.9%)을 크게 밑돌았다.

경찰은 발부율 하락이 신청 건수 급증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전자장치 부착·유치 등 고강도 잠정조치 신청은 전체의 10.7%에 그쳤고 법원 인용률은 42.9%로 접근금지 명령 인용률(87.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법원의 기각 논리는 주로 '주거 일정', '도주 우려 없음'에 집중된다. 형사소송법 제70조가 구속 요건으로 도주 우려를 정하고 있어 재범 위험성은 독립 사유가 아닌 고려 사항에 머문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스토킹 가해자는 도망가는 게 아니라 다시 찾아간다"며 "도주 우려를 잣대로 삼는 현행법은 관계성 범죄의 특성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2022년 '신당역 살인 사건' 가해자 전주환은 2021년 10월 첫 영장실질심사 당시 법원으로부터 영장 기각 결정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사유를 들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그는 1심 선고 하루 전날 피해자를 찾아가 살해했다.

구속영장뿐 아니라 유치 등 잠정조치 전반에서 인용률이 낮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병목 현상은 검사와 판사에 의해 생기는 것"이라며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4호(유치)라는 이미 있는 법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데 기각이 반복되면서 경찰도 신청을 주저하게 된다. 검사와 판사가 스토킹 범죄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현장의 허술한 대응도 매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3월 전자발찌를 찬 가해자가 스토킹 신고 중인 피해자를 살해한 남양주 사건에서 담당 경찰관들이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피해자 사망 후 면담을 한 것처럼 허위 보고한 사실이 감찰에서 적발됐다. 경찰청은 수사를 지휘한 구리경찰서장 등 16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실무 경찰관 2명을 수사 의뢰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잠정조치를 위반해도 곧바로 유치하는 등 제재가 따르지 않으니 가해자들에게 '종이 호랑이'처럼 비친다"며 "위반 즉시 유치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운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격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재범 위험성을 구속 사유로 명시하는 내용을 담은 교제폭력처벌 특례법과 스토킹처벌법,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 등 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상당수가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허민숙 조사관은 "재범위험성을 독립적인 구속 사유로 명시하는 방안을 국회에서 빨리 마련해야 한다"며 "다만 법 조항만 바꾼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재범위험성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 것인지도 동시에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법원·검찰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발부율을 제고하고, 전자장치와 스마트워치를 연동해 보호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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