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윤주 낯선 얼굴, 악역의 재미 뉴시스 |
| 2025년 11월 10일(월) 10: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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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무한도전'에서 연기한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을 얘기하는지 모르겠다. 그때도 내 연기가 좋았다(웃음). 이전에도 악역을 몇 번 거절했다. 감독님께 '왜 나를 캐스팅 하려고 하느냐' '가선영보다 유치원장 '이미선'(서재희)이 낫지 않느냐'고 했다. 내가 20대 초반 패션쇼에 섰을 때 감독님이 영상 편집 알바를 했다고 하더라. 작년에 독립영화 '최소한의 선의'를 보고 '무표정한 선생님 역도 하네' 싶었고, '가선영은 장윤주가 하면 카리스마 있을 것 같아서 캐스팅했다'고 하더라. 처음에 채널과 제작사에선 다 의아해 했는데, 감독님이 설득했다."
이 드라마는 흙수저 경호원 '김영란'(전여빈)이 한방을 꿈꾸며 시한부 재벌 회장 '가성호'(문성근)와 계약 결혼을 감행하는 이야기다. '유괴의 날'(2023) 박유영 PD와 영화 '올빼미'(2022) 현규리 작가가 만들었다. ENA 월화극으로도 전파를 탔으며, 1회 2.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해 12회 7.1%로 막을 내렸다.
선영은 가성그룹 오너 의붓딸이자 연극영화과 교수다. '부세미'(김영란)가 된 영란과 대립했다. 전여빈(36)과 2시간씩 통화했다며 "1~2회 붙고 후반부에 만났다. 처음으로 큰 역할을 맡다 보니, 10부쯤 됐을 때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의심이 들었다. 여빈씨와 붙는 신이 부담 돼 긴 통화를 했다. 연기적으로 필모를 많이 쌓아서 선배라고 생각했다. 서로 이야기를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스스로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모든 신이 그랬다"며 "'어머~ 나한테 저런 얼굴이?' 하면서 봤다. '내가 저렇게 눈썹, 귀를 움직였나' 싶더라. 결과물을 보고 놀랐다"고 털어놨다. "모델 활동할 때는 계속 모니터링 하면서 촬영하는데, 드라마 현장은 아직도 낯설다"며 "사진 찍을 때처럼 연기할 때도 에너지를 가져가면 분명히 기가 막힌 얼굴이 나올텐데 아직 써먹지 못하겠더라. 모델할 때 만큼의 노련함, 다양한 모먼트를 표현하고 싶은데, 연기할 때는 잘 못하겠다. 나의 숙제고 깨고 싶다"고 바랐다.
"선영은 사이코패스지만, 연기할 때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들 마음 속으로는 많이 죽이지 않느냐(웃음). 내가 가정 안에서 평화롭고, 삶의 풍파가 있지 않다 보니 다큐멘터리를 많이 찾아봤다. 레퍼런스로 삼은 범죄자는 누구냐고? 말하면 끌려갈 것 같다. 현장에서 몰입하고 딱 끝내서 아직 후유증은 없다. 마지막회를 보고 많이 울었다. 선영이가 너무 가엽더라. 어떻게 보면 멋진 어른이 없었던 거니까."
더듬이 머리가 인상적이었는데, "사람들이 '저 더듬이 뭐냐'고 할 줄 알았다. 노린 거라면 노린 것"이라며 "그 더듬이에서 초능력이 나왔다"며 웃었다. "요즘 더듬이 머리가 유행이다. 유행 때문에 한 건 아니고, 이 여자의 집요하고 숨이 막힐 정도의 완벽함을 표현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싶었다"며 "머리를 묶는 위치도 중요하다. 좀 더 올라가면 발랄해지고 내려가면 나이 들어 보인다. 중간 지점에 묶고 부피도 너무 크면 안 된다. 모델하면서 쌓은 노하우"라며 "법정에서 머리 풀고 나올 때는 힘이 하나도 없지 않느냐. 그 한 가닥은 이 여자의 성격을 말해준다"고 짚었다.
재벌 역을 맡아 패션도 신경을 많이 썼을 터다. 드라마는 사전제작, 명품 브랜드 협찬이 쉽지 않다. "첫 회에서 입은 샤넬 트위드는 제니씨가 광고에서 입은 건데, 스타일리스트가 샀다. 내가 갖고 있는 의상도 믹스했다"며 "워낙 스카프를 좋아해 직접 사서 코디했다. 선영이 매고 나온 스카프는 다 내 소장품이다. 지금까지 촬영한 인물들의 아이템 하나씩은 항상 구입했다. 재미난 요소 중 하나다. '이 사람이라면 이런 걸 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매 작품마다 쇼핑을 다닌다"고 귀띔했다.
장윤주는 15년째 갑상선기능저하증(갑상샘저하증)으로 치료 받고 있다. 악역을 맡아 감정 조절이 쉽지 않았을텐데, "유전적이라서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주치의는 내가 연기하는 걸 보고 '어떻게 에너지를 썼냐'며 걱정하는데, 잘 조절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감정을 많이 쓰면 힘들기도 하지만, 이번 촬영장은 정말 편했다"면서 "감독님이 워낙 배우들을 사랑하고, 선영을 특별히 예뻐해줬다. 테이크를 많이 가고 다양한 각도를 시도해줘서 감사하다. '안 그랬으면 가선영이 완성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애정을 보여줬다"며 고마워했다.
"카타르시스를 느끼진 않았냐고? 동생 '선우'(이창민) 뺨을 때릴 때 첫 테이크는 실제로 때려야 했다. 너무 세게 때려서 정말 아파하는 얼굴을 보고 미안했다. 그래서 몇 번 NG를 냈다. 카타르시스를 느끼진 않았고,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이 고조 돼 욕이 붙어야 될 것 같더라. 실제로 촬영할 때는 'XX'라고 많이 욕했다. 대사에 없지만 감정이 올라와 욕을 했더니 감독님이 빵 터졌다."
장윤주는 흥행 타율이 높은 편이다. 베테랑2부터 눈물의 여왕, 착한 부세미까지 세 작품 연달아 성공했지만 들뜨지 않았다. "내가 까다롭다. 그래서 흥행 타율이 좋은지는 모르겠는데, 그건 내 영역이 아닌 것 같다. 오랫동안 관객으로 봐서 감은 있다"며 "문성근 선배한테 고민을 상담했다. '아직 연기할 때는 패션쇼할 때처럼 오르가즘을 못 느꼈다. 20대 뜨거움, 간절함이 없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선배가 '넌 몸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존재감이 있다. 연기 잘하는 누군가와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고 하더라"고 했다.
"아이돌이 연기하면 한 번 정도는 걸고 넘어지는 사람들이 있듯, 나한테도 안 좋은 시선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다 좋아하겠느냐. 받아들여야 한다. 칭찬 댓글도 많지만, 안 좋은 댓글만 보인다. '신고해 말아, 대댓글 달아 말아' 한다. 지니TV, ENA 홈페이지까지 가서 '저 장윤주인데요. 너 나 알아? 뭐냐?' 까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멋진 어른이 되는 게 꿈이다. 대사 하나만 기억에 남아도 성공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선영도 그렇게 남을 수 있다면 감사하다. 또 악역을 맡으면 잘 할 수 있다. 더 많이 죽일 수 있을 것 같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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