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필름]이토록 모범적 피식자 '프레데터:죽음의 땅'

영화 '프레데터:죽음의 땅' 리뷰

뉴시스
2025년 11월 05일(수) 11:09
[나이스데이] 흉포한 외모에 최첨단 무기를 가진 외계인과 다리가 잘린 채 수다스러운 합성인간 그리고 외계인이 합성인간을 업고 칼부림하는 모습은 분명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각적 충격을 주지만, 영화 '프레데터:죽음의 땅'(11월5일 공개)은 사실 모범생에 가깝다. 외계 전투민족 프레데터의 '덱'과 지구에서 온 합성인간 '테아'의 외형에 일단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정석에 가까운 캐릭터 조형과 플롯 구성이 치고 들어온다. 누군가는 이 안정감에 편안을 느끼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이 상투성이 따분할 수 있다. 다만 프레데터라는 프랜차이즈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귀엽고 유머러스한 요소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다는 건 의외의 장점이다.

덱은 프레데터 중 가장 약한 개체다. 부족장인 아버지는 나약한 덱을 프레데터의 수치로 여겨 아들을 죽이라고 하지만 덱의 형은 차마 동생을 제거하지 못한다. 형은 아버지에게 살해돼 대가를 치르고, 덱은 반강제로 도망치게 된다. 덱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어떤 프레데터도 해내지 못한 일에 도전한다.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우주 최악의 행성에 가서 최고 포식자인 칼리스크를 사냥해오겠다는 것. 그곳에 도착한 덱은 도착하자마자 죽을 위기를 맞이하고 하체가 절단된 채 홀로 남겨진 합성인간 티아를 만나 목숨을 구한다. 덱은 이 행성에 관한 갖가지 정보를 알고 있는 티아를 일단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그와 동행하기로 한다.

'프레데터' 시리즈를 1700년대로 가져간 '프레이'(2022)로 이 프랜차이즈를 한 차례 변주한 적 있는 댄 크라첸버그 감독은 '프레데터:죽음의 땅'에서도 이름 그대로 포식자 중 포식자였던 프레데터를 이번엔 피식자로 반전시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작품 액션의 묘미는 압도적인 신체 능력과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공포의 존재 프레데터가 적과 맞서 싸우기는커녕 생존하는 것조차 버거워 바둥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데서 나온다. 말하자면 이 역전 액션은 1987년 '프레데터'가 나온 이후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늘 물리쳐야 하고 혐오해야 하는 대상이었던 프레데터를 이번만큼은 부디 그가 버텨내길 응원하면서 보게 하는 기이한 감상을 자아낸다.

대규모 특수효과가 쓰인 '프레데터:죽음의 땅'의 액션은 시종일관 탄탄하다. 프레데터 특유의 외관이 자아내는 에너지는 여전하고 플라즈마 검을 활용한 장면들은 호쾌하다. 프레데터의 과학 기술이 집약된 살상 무기는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특히 상체만 남아 있는 티아를 업은 채 정글 속에서 펼치는 퍼포먼스는 콘셉트 자체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각 액션 시퀀스가 밀도 있게 구성된 것에 더해 액션의 양 역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러닝타임 내에 배분돼 있다. 다만 이 영화는 새로운 액션 감각을 보여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전 시리즈에 없던 실험을 해보려는 시도 역시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분명 공들여 만든 액션 장면들인데도 결정적 이미지가 없어 극장 밖을 나서면 휘발돼 기억이 나지 않는다.

'프레데터:죽음의 땅'은 아웃사이더 이야기다. 각기 다른 사정으로 자기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프레데터와 티아 그리고 버드는 우연찮게 연대하면서 팀 혹은 동료 또는 가족이 돼 간다. 아직도 유효하며 필요한 서사라는 데는 동의할 수 있으나 이제는 꽤나 진부한 스토리인 것도 사실이다. 관객은 이미 우주를 배경으로 한 액션물 중 아웃사이더들의 이합집산을 그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라는 빼어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같은 소재를 이 프랜차이즈에 어울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것도 아니어서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래도 위안거리라면 예상 밖 유머가 통한다는 점이다. 각 인물 캐릭터를 극대화한 은근한 코미디는 프레데터·티아·버드의 앞날을 궁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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