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음악 링크' 욘욘 "저의 유일한 구원이 음악"

한일 양국서 활동하는 DJ·프로듀서·싱어송라이터 인터뷰
최근 첫 정규 앨범 '그레이스' 발매
한국어·일본어가 섞인 노래 등 14개 트랙 실려
수민·엠플로 다쿠·키린지 등과 협업

뉴시스
2025년 09월 22일(월) 10:27
[나이스데이] DJ 겸 프로듀서로도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욘욘(YonYon)은 한국과 일본의 음악 교류 다리이자 연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자란 욘욘은 한국과 일본의 아티스트를 잇는 음악 프로젝트 '더 링크(The Link)'로 양국 간의 문화 교류를 도모했다. 다년간 라디오 DJ로 활약하며 다양한 작품을 큐레이팅했다.

유니버설 뮤직 재팬이 지난 19일~21일 서울 성동구 스페이스 S50에서 연 일본 음악·문화 컬처 캠페인 '제이팝.집 2025'에 참여해 양국 간 교류에도 힘을 실었다.

특히 레이블 '피스 트리(Peace Tree)'를 론칭해 자신이 믿는 사랑과 평화를 설파해왔다. 그건 바다 건너 퍼지는 연대(連帶)의 선율이다. 삶의 투쟁 속에 음악이 구원이자 긍정의 길임을 증명한다.

그런 가운데 최근 발매한 첫 번째 정규 앨범 '그레이스(Grace)'로 자기 정체성 확인을 통한 고유성을 보듬는다. 욘욘의 본명에서 출발한 이번 앨범은 '음악을 통해 받은 은혜를 청자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그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냈다.

국경과 문화를 초월해 전달되는 사랑과 감사의 메시지가 오리지널 12곡과 리믹스 2곡 등 총 14개 트랙에 걸쳐 섬세하게 그려졌다.

국내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수민과 일본 얼터너티브 힙합그룹 '엠플로(m-flo)'의 ☆다쿠 다카하시(Taku Takahashi·타쿠 다카하시)와 협업한 '드림인(Dreamin')(feat. SUMIN & ☆Taku Takahashi)'(Remastered 2025), 3인 일본 힙합 크루 '서클(CIRRRCLE)의 프로듀서 겸 비트메이커 A.G.O가 제작한 저지 클럽 스타일의 곡으로 선공개된 '비지 걸(Busy Girl)(Prod. A.G.O)', 유명 일본 프로듀서 차키 줄루(Chaki Zulu)가 협업한 'U – Remastered 2025'(Prod. Chaki Zulu) 등이 실렸다.

욘욘의 장기인 댄스 뮤직을 비롯해 R&B, 한국적인 발라드 넘버까지 광범위한 장르를 지휘하는 수작이다.

한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다양한 아티스트의 참여 또한 주목할 만하다. 수민 외에 키린지(KIRINJI)를 필두로 시럽(SIRUP), 아리와(ARIWA)(of ASOUND), 피비스(PEAVIS) 등이 힘을 보탰다.

사운드 프로듀싱에는 또한 다쿠 다카하시, 차키 줄루 외에 그루브맨 스팟(grooveman Spot) 그리고 슬롬(Slom), 다울(Daul) 등이 이름을 올렸다. 커버 아트워크는 수민 & 슬롬, 후디, L-like 등과 협업한 한국의 신예 크리에이터 소요(Soyo)가 담당했다.

이처럼 욘욘의 음반엔 국경 없이 어우러지는 뮤지션들이 빚어내는 선순환(善循環)이 있다. 그의 애절한 바람과 애틋한 희망까지의 거리가 우리 음악계 넓이다. 이건 우리 음악 생태계 지경을 더 확장하는 일이다. 다음은 욘욘과 최근 서울에서 만나 나눈 일문일답.

-이번 앨범을 듣는 내내 단정한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 수 없는 향수를 자극하는 아득해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물론 곡마다 달라겠지만,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욘욘 씨를 지배한 정서는 무엇이었나요?

"몇몇 곡들은 여행을 가는 듯한 콘셉트로 만든 것도 있기는 해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특별한 환경에 처했거나 그것으로로부터 영향을 받은 걸 제가 의식해서 만든 거는 아니지만, 완성 후 앨범을 들으니까 한국 음악스러움도 있고 일본 음악스러움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만드는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제가 봤던 것들, 느껴왔던 것들이 알게 모르게 쌓여 아웃풋(output)으로 나온 것 같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 한국에 초등학교를 다녔어요. 그 때가 한일 월드컵 때였어요. 한국에 있다가 방학 때는 일본에 있어서 월드컵에 대한 한일의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순간들이 많았죠. 사람들이 저한테 어느 쪽을 응원하냐고 물어봤어요. 당시 둘 다 응원 안 하고 지켜보겠다는 답을 했어요."

-드디어 첫 정규 앨범이에요. 은혜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본명에서 앨범명을 따와 '그레이스'가 됐다고요. 그 만큼, 자신의 정체성을 담은 앨범이 될 거 같은데 앨범의 구상 시작점과 그 전개 과정이 궁금해요. 아울러 물론 장르는 다르지만 로제의 '로지', 제니의 '루비'처럼 젊은 여성 뮤지션들이 첫 정규 앨범 제목을 이름에서 따오는 것이 흥미로운 공통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지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셀프 타이틀은 아티스트로서의 각오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인상이 있잖아요. 이번이 첫 정규이지만 저한테는 뭔가 데뷔작이라기보다는 제가 여태까지 해왔던 것들의 결실물 혹은 포트폴리오, 졸업 작품 같은 앨범이라는 느낌이 커요."
-이번 앨범은 결과물이자 동시에 새로운 출발인 셈이네요. 이전에도 다양하게 음악적 활동을 많이 해오셨으니까요. 곡 대부분에 일부라도 한글 가사가 실려 있어요. 곡마다 다르겠지만 한국어를 꼭 포함시켜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어 질감과 일본어 질감은 어떻게 다른가요?

"욘욘이라는 이름으로 노래를 내기 시작했을 때부터 언어가 섞여 있어요. 이런 언어의 섞임은 제가 노래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고, 한국과 일본 교회 성가대에 서기도 했어요. 중고등학교 솔로 가수 오디션도 봤는데 부모님이 음악하는 걸 반대하셔서, 취미로만 하고 있었죠. 근데 일본 대학에 입학에서 DJ 동아리에 들어가게 된 거예요. 대학교 4학년때 한국에 유학을 갔었는데, 서울에도 DJ 동아리가 있어서 참여했죠. 그러다가 한국에서 작곡 학원을 다니게 됐어요. 그곳에서 음악 만드는 법을 배우면서, 제 오리지널 곡을 조금씩 만들게 됐고 양국에서 클럽 DJ 활동도 본격적으로 하게 됐죠. 케익샵이라는 이태원 클럽이 한창 성장할 시기에 미국, 유럽에서 아티스트들이 많이 와서 공연했어요. 제가 곳에서 워밍업 DJ로 많이 섰는데 그 때 음악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고 그 덕분에 일본에서 프로모터 일을 하게 된 거죠. 아티스트가 일본에서 공연하고 싶어 하면 제 커넥션을 통해 도와줬어요. 그런데 일본에서 알려져 있지 않은 아티스트의 관객을 모으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일본 리스너들에게 새로운 음악을 직접적으로 알릴 방법을 고민하다, 한국 아티스트와 일본 아티스트 그리고 제가 곡을 만들어 릴리즈 파티를 양국에서 하는 프로젝트를 떠올리게 됐죠. 그 때 제 노래도 발매하게 됐어요."

-그렇게 브리지(Bridge)(클럽 파티 형식의 교류 행사)와 더 링크(라이브 공연 형식의 교류 행사)가 만들어져 프로모터로서 활약하시게 됐던 거군요. 그렇게 다양한 음악을 듣고 좋은 뮤지션들을 접하다 보니까 '나도 음악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신 겁니까?

"네 맞습니다. 처음엔 프로듀서로서 트랙을 만드는 걸로 시작을 했어요. 지브리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주제곡을 샘플링 해서 재미있게 클럽 음악으로 풀어나갔던 것이 첫 번째 작업물이었어요."

-그럼 이번 음반은 싱어송라이터로서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동시에 프로듀싱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다른 프로듀서들과 협업해서 같이 만들었죠."

-이번 앨범은 그래서 싱어송라이터, 비트메이커, 프로듀서로서 역할의 색깔이 총체적으로 모두 들어가 있어서 더 특별한 거 같아요. 특히 '에코'의 '산들바람결을 따라 나비처럼 날아가 / 이제는 멋진 나비가 되어 멀리 떠나가'라는 대목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 가사의 발음, 라임과 내용은 어떻게 구상이 됐나요? 감수성이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앨범 작업 후반에 갑자기 생각나서 추가된 곡 중 하나인데요. 이번 앨범에 14곡이 실려 있어요. 10곡 정도 만들고 나서 배치를 해봤는데 인터루드 같은 위치의 음악이 필요하다고 생각 했어요. 1번부터 6번 트랙까지는 저의 감정적인 내면의 것들을 표현했다면, 여덟 번째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는 조금 더 배경이 보이는 예쁜 가사들을 많이 썼는데 이들 곡들 사이에 전환점이 되는 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아울러 '에코'는 심장 박동의 울림을 떠올리면서 만든 곡이기도 해요. 앨범 초반에 '비지 걸(Busy Girl)'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제가 하도 바쁘게 사니까 인터루드는'깊게 심호흡을 하고, 좀 멈춰서라' 같은 의미도 있어요. 그런 말을 제 자신에게도 하고 싶어서 만든 노래이기도 합니다. 코로나 때 요가를 계속 다녔었는데 명상을 많이 했어요. 그때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너무 도움 됐거든요. 일종의 명상송이기도 하죠."

-욘욘 씨는 '좋은 욕심'이 많은 거 같아요. 음악과 사람에 대한 열정이 보여서 좋습니다. 근데 젊었을 때는 괜찮지만 저처럼 나이가 들면 감당하기 힘든 순간들이 있더라고요. 욘욘 씨도 '조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인가 보네요.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인간적인 성장도 했어요. 이전에는 모든 것을 다 혼자 해왔지만 이번엔 앨범 트랙리스트 수가 너무 많다 보니까, 혼자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죠. 이번엔 누군가에게 맡기는 방법을 시도해봤고,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는 건 '상대방을 리스펙을 해야지 성사가 되는 일'이라는 것도 배웠어요. 제 고집을 관철시키기 위해 그 친구들을 붙잡으면 그 친구들의 마음이 상할 수도 있거든요. 어느 정도는 욕심을 내려 놓고 친구들의 센스를 믿고 함께 공존헤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러면 이번 음반을 만들고 나서 실제로도 욕심이 덜어졌나요?

"'첫 정규 앨범이니, 좋은 곡을 뽑아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그동안 내가 주변 사람들을 너무 힘들게 했구나'라는 것을 돌이켜 보니까 알게 된 거예요."

-작업 가운데, 음악적으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나 삶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생각하는 것도 아티스트의 능력입니다.

"그걸 혼자 깨달았다기보다는저한테 그것을 말해주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었어요."
-'엄마'는 온전히 한국어 가사라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사를 어떤 마음으로 써내려갔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인인 엄마가 발라드를 좋아하세요. 그런 엄마를 위한 노래죠. 엄마의 노래를 쓰고 싶었던 계기는 너무 사적인 이야기라 조심스럽긴 한데요.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할머니가 최근에 돌아가셔서 장례식에 같이 다녀왔는데, 엄마가 그렇게까지 무너지는 모습을 처음 봤거든요. 지금까지는 슈퍼히어로로서 엄마의 파워풀한 모습만 봤는데, 엄마의 약한 모습을 보니까 '내가 엄마를 더 챙겨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더 어른이 된 욘욘이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됐고 '엄마의 엄마는 떠났지만, 내가 옆에 있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말하기는 부끄러워서 노래에 그 마음을 담았습니다."

-정말 다양한 아티스트, 프로듀서들이 힘을 보탰어요. 물론 곡마다 다르겠지만 욘욘 씨가 협업하는 아티스트들의 좋아하는 공통된 측면이 있나요?

"공통점은 제가 무조건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에요. 제가 진심으로 리스펙트를 하는 아티스트들이죠. 그리고 인연을 맺은 아티스트들과 되게 오래 가요. 다 옛 친구들이죠. 인간적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을 계속 유지해가는 사람들."

-문라이트크루징(Moonlight Cruising)'에 참여한 키린지씨와도 오래된 관계죠? 키린지씨와도 계속 작업을 해오고 계신데 그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6년 전에 키린지 님 노래('킬러 튠킬스 미(killer tune kills me)'를피처링한 것이 제 이름이 알려진 계기가 됐어요. 반대로 이번엔 제 음반을 통해 키린지 님의 새로운 모습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키린지 씨의 곡은 무엇보다 가사가 너무 아름다워요. '여름에 매미 소리를 소음이라고 생각하는 나라가 있는 반면, 일본은 매미 소리마저도 아름답다고 느끼는 인종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는데 키린지 씨는 그 매미 소리로 시를 쓰는 분이에요.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연구를 엄청 열심히 하세요."

-욘욘 씨의 음악 내공도 만만치 않잖아요. 어릴 때 어떤 음악들을 많았어요.

"앞서 말씀 드렸던 것처럼 프로듀싱도 해보고 DJ도 해봤는데, 사실 일본에서 밴드 활동도 했어요. 2인조 밴드였는데 제가 키보드 보컬이고 또 한 명이 기타 보컬이었습니다. 둘 다 프렌치 일렉트로닉을 좋아했고 그리고 팝도 좋아했어요. 팝적인 부분과 일렉트로닉 요소를 섞으려고 노력을 했었죠. 가사는 그 친구가 썼고 전 트랙을 만들었어요."

-음악적으로 자유분방하고 활동도 다방면으로 활발한데, 실제 만나뵈니까'단정하다'는 인상이 짙어요. 예술적인 것과 인성적인 것이 잘 조화돼 균형감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집이 보수적이에요. 엄마, 아빠는 엄격했습니다. 특히 부모님이 강조하신 것들이 있어요. '사람을 이끄는 리더가 돼라 '라는 이름에 은혜 은(恩)자가 들어가 있으니까 '항상 사람들에게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돼라'가 그것이었죠. 그런 말씀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같아요."

-최근 한국과 일본의 음악 교류가 더 활발해졌잖아요. 욘욘 씨도 크게 기여하셨으니, 이런 현상을 보시면 감회도 남다를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 삽입된 곡들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한국에 많이 오게 됐지만 그 외에도 좋은 아티스트들이 많거든요. 그분들이 입구가 돼서 일본 음악 신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기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고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 하지만 더 많은 디깅을 해서 다른 음악 잘하는 친구들의 음악도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음악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중요하잖아요. 실제 욘욘 씨는 문화소통과 다양성에 신경을 많이 써왔고요. 왜 문화는 소통해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좋지 않을 때, 전 피해자였거든요. 그때 저의 유일한 구원이 음악이었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인생이 풍부해졌으면 좋겠고, 더 평화로웠으면 좋겠어요. 제 영향력은 너무나도 작은 힘이지만, 한 명이라도 제 음악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영광이죠. 투팍이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 있어요. '내 음악을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친구들에게 불을 붙이게 될 거야.' 그 말에 엄청 공감이 가요. 제 자신은 너무나도 작은 존재이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은 한정돼 있지만, 음악을 통해서 영향을 받은 친구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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