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조 확장 재정' 앞두고 세입 축소 시사…재원 확보 의지에 의문 李,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현행 유지 의견 공표 뉴시스 |
2025년 09월 12일(금) 10: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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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재명 정부가 천명한 210조원 규모의 '확장 재정'에 대한 세입 기반이 여전히 불분명한 상황에서, 세입 축소로 비칠 수 있는 결정은 정책 추진 신뢰성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줄어드는 세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증세 의지가 부족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결국 정부의 재정 운용에 대한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정부 세법 개정안과 관련해 "주식시장은 심리로 움직인다"며 "만약 새 정부 경제정책 핵심인 주식시장 활성화에 장애를 받게 할 정도라면 굳이 (10억원을) 고집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야당도 요구하고, 여당도 (50억원으로) 놔두면 좋겠다는 의견이고, 저한테 메시지도 많이 오는 거로 봐서 주식시장이 만약 그것 때문에 실제 장애를 받는다면 반드시 50억을 10억으로 내려야겠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31일 발표한 '2025년 세제개편안'에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이 되는 종목당 보유 금액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법상으론 특정 주식을 '5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대주주로 보고 매각 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 기준을 '10억원' 이상으로 낮춰 과세 대상을 대폭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발표 직후 정부는 '코스피 5000 시대' 등 주식시장을 부양하겠다는 새 정부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주식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정부는 주식 한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투자자는 0.05%에 불과해 이번 양도세 기준 강화가 소수의 고액 자산가에만 영향을 미칠 것이란 입장이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연말마다 양도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한 매도 물량이 쏟아져 소액 투자자들도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세제개편안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1일, 코스피는 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 등에 대한 실망감에 하루 새 4%가까이 급락했다.
국회 전자 청원 사이트엔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하향을 비판하는 내용의 청원이 들끓었다.
특히 지난 7월 30일 올라왔던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 국민 동의 청원은 약 한 달 동안 14만8340명의 동의를 얻어,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정치권에서도 대주주 기준 강화가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분출됐다. 사실상의 증세가 증권시장 활성화를 공약한 이재명 정부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내에서조차 주식양도세 기준 강화에 대한 비판 의견이 쏟아지자 현재 '50억원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한 상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 국민 의견을 들어야 하고, 지금 그런 과정을 거치는 중"이라며 유연한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향후 5년간 210조원을 쏟아붓는 '확장 재정'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선 증세를 통한 세입 기반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이번 결정이 재정 운용의 일관성과 신뢰성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유지해서 생기는 세수결손이 2000억~3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은 이번 결정을 '증세 의지가 약하다'는 신호로 읽어 정부 경제정책 운용 가능성에도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함으로써 포기하는 세수 자체는 크지 않지만 증세를 위한 작은 스텝조차 후퇴하는 모습은 정부의 재정 운용 의지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동 교수는 "확장재정을 위해선 결국 재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불가피하게 증세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시장 반응에 따라 판단을 뒤집으면 앞으로 어떤 수단으로 증세를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과연 정부가 의지가 있고 역량이 있고 구체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냐 이런 데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부가 발표했던 세제개편안은 종목당 10억 가진 사람한테 무조건 걷는 것도 아니고 이익을 얻으면 그 가운데 일부만 과세하는 구조인데, 그것조차 못 해낸다면 도대체 향후에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이며 어떻게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하겠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확장 재정을 하겠다고 선언한 직후 세입 기반을 줄이는 듯한 결정은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모순"이라며 "투자자 심리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론 재정 건전성과 신뢰 확보가 더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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