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구금 한국인, 석방 지연 이유는…"트럼프가 남아달래서" 출발 전날 돌연 '미국 측 사정'으로 일정 연기 뉴시스 |
2025년 09월 11일(목) 15:18 |
|
외교부 관계자는 10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석방 시간이 예정보다 지연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양측은 애초 현지 시간으로 이날 오후 2시30분 전후 전세기 출발을 목표로 논의 중이었다. 하지만 출발 시간을 12시간 남짓 앞두고 외교부는 "10일 출발은 미국 측 사정으로 어렵게 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측이 "상부의 지시"라며 일정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것이다. '미국 측 사정'을 두고 이동 과정에서 수갑 문제나 출국 형식 등을 놓고 이견이 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미 측이 말한 '상부의 지시'는 한국 인력이 미국에 남아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이었다.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조현 외교부 장관과 회담에서 "구금된 한국인 모두 숙련 인력이니 미국에서 계속 일하며 미국 인력을 교육하고 훈련해주면 어떻겠냐"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대한 한국 측 입장을 파악하기 위해 일단 귀국 절차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우리 국민이 굉장히 놀라고 지친 상태다. 우선 귀국했다가, 다시 돌아와서 일하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미국 측도 의견을 존중해 귀국 절차를 진행했다.
미국 이민 당국은 구금자 호송에 있어 매우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측 요청대로 수갑 등 신체적 속박 없이 구금 시설에서 공항으로 호송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다만 미국 측은 한국 기업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을 대규모 구금하고, 체포 과정에서 신체를 속박한 뒤 이 장면을 공개한 점 등 일련의 상황에 대해 사과나 유감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에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한 475명을 체포하자 "할 일을 했다"며 "많은 불법 체류자들이 일하고 있었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미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을 상대로 공격적인 이민 단속을 벌인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과 경제 정책이 충돌했다는 비판이 미국 내부에서도 쏟아졌다.
이로 인해 외국 기업의 미국 내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며, 지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 내 숙련 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하면, 한국 등 외국 기업의 인력이 들어와 현지 노동자를 교육시키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숙련 인력이 잔류해 미국인을 훈련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 같은 우려가 바탕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국 기업의 투자를 환영한다며, 우수 인재가 미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합법적인 절차를 마련할 테니 미국인을 훈련해달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현재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이다. 이 중 미국에 남겠다고 한 1명을 제외한 316명과 외국 국적자 14명이 전세기에 탑승할 예정이다.
한국인 성별로는 남성 306명, 여성 10명이다. 외국 국적자는 모두 한국 업체 근로자로 중국인이 10명, 일본인이 3명, 인도네시아인이 1명이다.
전세기는 현지 시간 11일 낮 12시, 한국 시간 12일 오전 1시 조지아주 애틀랜타 공항에서 이륙할 예정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