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검찰 '권력기관 힘 빼기'…부처·산하기관 혼선 수습 '숙제'[李취임 100일] 78년 만에 검찰청 폐지…보완수사권 폐지 여부 등 쟁점 남아 뉴시스 |
2025년 09월 11일(목) 1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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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편안을 둘러싼 반발이 거센 데다 세부 조정 과정에서 각종 쟁점들이 남아있어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혼란을 빨리 수습하지 않으면 국정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당정은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이번주 중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앞서 당정은 지난 7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분리, 검찰청 해체, 기후에너지환경부 확대 개편 등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78년 만 검찰청 폐지…보완수사권 폐지 여부 등 쟁점 남아
가장 큰 변화는 78년 만의 검찰청 폐지다.
정부는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를 위해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기소권은 공소청에 넘기기로 했다. 중수청은 행안부 산하에 신설되며 검찰청은 내년 9월부터 법무부 산하의 공소청으로 이름이 바뀐다.
그간 정부와 여당은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개혁의 원칙에는 뜻을 같이 했지만 중수청의 소관 부처를 두고는 이견을 보여왔다.
검찰개혁 취지에 맞게 법무부가 아닌 행안부 소속으로 두는 게 맞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경찰과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을 거느린 행안부에 중수청까지 설치할 경우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중대범죄 수사 역량이 약해질 것이라는 반대 여론도 적지 않았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이 같은 이유로 법무부 존치를 주장해왔다. 결국 중수청을 행안부에 두는 것으로 결정됐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폐지까지 1년 남짓 남았지만 풀어야 할 쟁점도 산적하다.
가장 큰 쟁점은 보완수사권 유지 여부다. 민주당은 보완수사권을 검찰에 두면 사실상 수사권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어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검찰은 1차 수사기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보완수사권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정부는 국무조정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에서 세부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다시 둘로 쪼개지는 기재부…경제 엄중한데 동력 저하 우려
경제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기재부는 17년 만에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쪼개지게 됐다.
현 기재부 체제는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완성됐다. 당시에는 재경부와 예산처가 분리돼 있었지만, 경제·재정 정책의 연계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두 부처가 합쳐졌다.
하지만 예산, 세제, 거시경제를 모두 쥐게 된 기재부가 '갑(甲) 부처'로 군림하며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기재부 개편을 공약해왔다.
이번 개편으로 기재부는 핵심 권한인 예산 편성 기능을 총리실에 내어주게 됐다. 이에 따라 권한 분산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개편을 둘러싼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인공지능(AI) 산업 패권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사령탑인 기재부의 힘을 빼는 게 적절하냐는 시각이다.
위기 극복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시기에 자칫 조직개편에 과도한 에너지를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내년 출범 전까지 개편과 관련한 세부 조율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금감원도 수술대…"개편 반대" 직원 700여명 반대 집회
기재부와 함께 수술대에 오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역시 개편을 달갑지 않아 하는 분위기다.
이번 개편에 따라 금융위가 담당하던 금융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흡수되고, 금융위는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만 수행하는 금융감독위원회로 축소된다.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는 별도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된다.
국내 금융과 국제 금융의 일관성을 확보한다는 이유였지만, 금융위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서울에 위치해 '신입 사무관들 선호 1위 부처'로 꼽혔던 금융위는 이번 개편으로 일부 인력이 세종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장점마저 잃게 됐다는 평가다.
금융 정책·감독 체계가 기존보다 복잡하게 재편되면서 정책 결정 속도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9일에는 금감원 직원 700여 명이 정부 조직개편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여는 등 내부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기후에너지환경부 개편…원전 건설·수출 이분화 우려
기후에너지환경부 개편 역시 후폭풍이 거세다.
당초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차관실을 묶어 별도 부처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최종적으로는 환경부가 산업부의 에너지 정책을 흡수하는 형태로 정리됐다.
이로써 환경부는 2차관 체제를 갖춘 부처로 격상된다. 현재 산업부와 기재부 소속 약 178명이 환경부로 이동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산업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 20여개까지 환경부가 품게 됐다.
다만 원자력발전의 경우 건설·진흥 업무은 환경부, 해외 수출은 산업부가 담당하는 구조로 정리되면서 원전 정책을 두개 부처로 이원화하는 게 적절하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원전 건설·운영을 맡기면) 안정적인 공급보다 규제를 앞세워 원전 산업의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며 기후부 개편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발전 공기업 내부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강창호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지난 9일부터 대통령실과 국회 앞에서 이번 개편안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조직개편 이후에라도 산업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형제 부처'처럼 사전 협력을 해야 한다"며 "(산업부와) 협의·조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기재부 등과 달리,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내달 1일 출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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