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개편 후폭풍…직원 반발하고 입법은 난항 예고 국회 정무위원장 "졸속안 반대"…장기화 예고 뉴시스 |
2025년 09월 09일(화) 13:28 |
|
9일 금융권과 정부 등에 따르면 당정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정부의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처리하겠다는 목표다.
당정이 지난 7일 발표된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내년 1월 2일부터 국내 금융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에서 분리된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금융감독과 소비자보호에 집중하게 된다.
금감위에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설치한다. 또 '금융감독원'과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신설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두고, 두 조직 모두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은 겸임할 수 없으며, 금감위는 금감원과 금소원을 지도·감독하게 된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으로 이분화돼 있던 금융당국은 재정경제부(금융정책)·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소비자원 등 4개 기관으로 쪼개지게 됐다.
◆직원들 반발…금융위는 '허탈' 금감원은 '분노'
금융위 직원들은 깊은 허탈감에 빠졌다.
이재명정부 출범과 동시에 금융감독체계 개편론이 떠올랐지만 금융위 직원들은 외부에 목소리를 내는 대신 '실력으로 존재가치를 증명하자'는 기조로 업무에 열중해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6·27 가계대출 관리방안 등 업무처리에 만족하며 수차례 금융위를 칭찬했고, 이 때문에 한때 다른 정부부처와 달리 금융당국 개편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확정된 정부조직개편안이 공개된 후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 한 금융위 직원은 "허탈하다.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착잡한 심정을 전했다.
금융위는 '서울 근무'라는 이점으로, 행정고시 재경직 최상위권 합격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해온 조직이다. 지난해 연수원 수석과 67회 행시 차석이 금융위를 선택했다. 하지만 개편이 확정되면 직원 일부는 기재부가 위치한 세종으로 옮겨가야 한다.
독립성 강화를 위한 금융감독 재편에 찬성했던 금감원 직원들도 분노하고 있다. 독립성 강화는 커녕 조직이 쪼개지고, 공공기관이라는 족쇄까지 채워졌다는 분위기다.
금감원 노조는 8일 성명을 내고 "국민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자리 나누기식 개편"이라며 금소원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하고 나섰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취업사기'라는 불만도 쇄도한다.
전문인력 유출에 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조직개편 이전에도 전문인력 유출로 몸살을 앓아왔다. 회계사·변호사가 많은 등 높은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타 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우가 낮고 업무강도가 높아서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날 내부 공지를 내고 조직개편 결과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금감원·금소원 간 인사 교류, 직원 처우 개선 등을 통해 걱정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직원들을 다독였다. 이세훈 수석부원장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긴급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관건은 금감위 규모…기재부·행안부와 힘겨운 협상
관건은 서울에 남는 금융감독위원회 규모다.
현재 금융위 정원은 342명으로, 이중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제외하면 263명 수준이다. 국내금융정책 부문을 재경부로 이관하게 된 만큼 해당 업무를 맡는 직원은 재경부로 소속을 옮기게 된다. 신설되는 금감위의 조직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창규 행정안전부 조직국장은 지난 7일 고위당정 브리핑에서 "금융위가 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 기능을 구분해야 되는데 현재 은행, 보험 등 대상별로 편재돼있다"며 "정부조직법이 발의되고 최종 심의될 때까지 금융위와 협의해 이 부분을 조정해야 한다"며 "신속하게 이런 부분들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금융위는 정부조직 개편을 위한 후속입법 등 업무를 이어가면서도 조직을 지키기 위해 기재부, 행안부 등과 물밑에서 치열하고 힘겨운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발표된 국내금융정책 이관의 취지가 '국제·국내금융의 일관성 제고와 금융위기 대응'인 만큼 이를 중심으로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로선 50명 규모만 금감원에 남아 사무국 역할을 하게 된다는 비관론과 150명 이상이 남게 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공존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행안부와 조만간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며 "장관급 기구인데 50명이 남는다는 설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그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2008년 2월 금융위 출범과 함께 막을 내렸던 옛 금융감독위원회는 81명 규모의 조직이었다. 협상 과정에서는 이후 17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금융의 기능과 역할이 확대된 만큼 조직이 더 커져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을 전망이다. 금감원과 금소원의 인력이 2500명에 이르고, 금감위 산하에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가 설치되는 것 역시 명분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국회 통과 험로 예고…정무위원장 "졸속안 반대"
입법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금융당국 개편에 따른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은행법 등 후속 입법을 다룰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인 윤한홍 의원이고, 국민의힘이 금융당국 개편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야당 무시가 도를 넘고 있다"며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하루 전 금융위 해체를 논의하더니 '금융위 존치'와 '야당과의 협의'를 전제로 진행했던 청문회가 끝나기 무섭게 '금융위 해체'를 공식화했다"고 질타했다.
또"금융당국 조직 개편은 '금융위 설치법' 등 정무위 소관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개편 당사자인 금융당국과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한 밀실 졸속안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야권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최대 180일간 안건이 상임위에 묶이게 된다.
정치권 논의가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미관세, 경기침체 등으로 금융정책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조직개편 논의과정에서 혼란이 증폭되면 금융 안정성이 흔들릴까 우려된다"고 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