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이어 7개월'…포스코이앤씨, 중대재해에 CEO 잇단 잔혹사 정희민 대표, 취임 7개월만에 사임 뉴시스 |
2025년 08월 06일(수) 1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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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통'으로 불린 정 대표는 13년 만에 나온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로 기대를 모았지만, 취임 이후 사업장에서 인명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결국 7개월 만에 사임했다.
6일 포스코이앤씨에 따르면 정 대표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반복된 사고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포스코이앤씨는 이번 사고를 단순한 안전관리 실패가 아닌,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근본적 쇄신을 요구하는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회사의 존립 가치가 안전에 있다는 점을 다시 새기고, 체질적 혁신을 위한 결단의 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또 "포스코이앤씨는 향후 전 임직원과 협력업체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현장 중심의 자율적 안전문화 정착, 안전을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 안전체계의 획기적 전환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포스코그룹은 '재무통'으로 불린 전중선 전 대표가 취임한 지 9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를 정 대표로 교체했다.
전 전 대표가 취임 1년도 채 안 돼 교체되면서 일각에서는 중대재해 사고 발생에 따른 책임을 물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포스코이앤씨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사망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고, 2023년에도 1건에 그쳤다. 그러나 2024년에는 3건의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했다.
사업 현장에서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취임하게 된 정 대표는 현장 안전관리 강화에 나섰지만, 취임 직후인 올해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던 50대 근로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4월에는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붕괴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1명이 사망했다. 정 대표는 당시 현장에서 실종됐던 근로자 1명이 숨진 채 발견되자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신속하게 사고 원인이 규명되고,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신안산선 붕괴 사고 수습이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에서 근로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고, 지난달 28일에는 경남 함양~창녕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포스코이앤씨 사업 현장에서 4명의 근로자가 사망하자 지난 29일 국무회의에서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인데 이를 방어하지 않고 사고가 나는 것은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라며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나온 직후 정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하며 전국 모든 현장의 작업을 중단하고 긴급 안점점검에 나섰다.
그러나 안전점검을 마친 사업장에서 작업을 재개한 직후 외국인 근로자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정 대표는 대국민 사과에 나선 지 엿새 만에 또다시 인명사고가 발생하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편, 포스코그룹은 계열사인 포스코이앤씨에서 지난해부터 중대재해로 인한 인명사고가 급증하자 장인화 그룹 회장 직속으로 '그룹안전특별진단TF팀'을 신설했다.
대표와 임원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안전점검에 나서는 등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사고가 반복되자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김현출 포스코이앤씨 안전보건센터장은 지난 29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중대재해 사고 발생이 증가한데 대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회사 내부에서 제도의 문제점을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외부 안전 전문가와 기관 등을 총망라하 TF를 꾸리려고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그룹은 사업회사 중심의 안전관리를 '그룹 중심의 안전관리체제로 전환'해 시스템과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회장 직속으로 신설된 '그룹안전특별진단TF팀'을 중심으로 학계와 기관, 외부 전문가 등을 모아 그룹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현황을 진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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