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EU' 규모 투자는 어렵고…K-조선 관세 인하 이끌 결정타 될까

日 5500억弗·EU 6000억弗 대미 투자 약속
日 대미 무역흑자 680억弗…韓은 660억弗
美, 中 조선업 견제 강화…입항 수수료 부과
HD현대·한화오션, 美 투자·협력 확대 '분주'

뉴시스
2025년 07월 29일(화) 11:31
[나이스데이] 유럽연합(EU)과 일본이 미국과 관세협상을 통해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EU와 일본의 대규모 투자 약속이 협상을 매듭지은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 속에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상 EU나 일본만큼의 투자를 동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가 이번 관세 협상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세계적 기술력을 갖춘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협력을 특장점으로 내세워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29일 외신 등에 따르면 EU는 미국과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무역합의를 타결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상호관세 30%에 비해 절반이나 완화된 수준이다.

EU는 그 대가로 미국산 에너지 제품을 7500억 달러 구매하고, 미국에 대한 투자를 6000억 달러 늘리기로 합의했다.

앞서 일본 역시 예고된 상호관세 25%에서 10%포인트 낮춘 15%의 상호관세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일본도 반도체·조선·핵심광물·에너지·의약품 등 미국 산업 전반에 활용될 수 있는 5500억 달러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미국이 요구하던 농산물·자동차 시장 개방도 양보했다.

EU와 일본의 사례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 규모가 상호관세 협상의 중요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일본에 버금갈 정도로 막대한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미국에 제안할 수 있는 투자 규모는 EU와 일본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EU는 지난해 EU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2000억 유로로, 약 2300억 달러 수준이다. 이 중 독일이 기록한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약 850억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무역흑자 규모 7위인 일본은 684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대미 무역흑자 규모 8위인 우리나라 역시 일본과 비슷한 수준인 66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EU는 물론 일본과 비교해도 경제 규모가 작아 충분한 투자를 약속하기 어렵다.

구기보 숭실대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우리나라의 대미투자 규모가) 20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우리가 그동안 투자해 온 부분이나, 우리 기업이 투자 예정인 부분을 포함해 투자 계획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정부는 부족한 대미 투자 규모를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 협력으로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내 조선소 추가 인수나 이미 확보한 미국 내 조선소의 설비 확장뿐 아니라 MRO(유지 보수 정비)·기술 이전·인력 양성 등의 방안이 협력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조선업을 강하게 제재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1980년대 미국에 300개가 넘는 조선소가 있었지만 지금은 20곳 이하로 줄었고, 그마저도 남은 곳의 생산 능력은 연 1~3척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은 중국의 조선업 시장 지배력 확대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미국 조선업을 재부흥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산 선박에 대한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고 향후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물량의 일부를 미국산 LNG 운반선으로 운송하도록 의무화하는 조치를 도입할 예정이다.

민간 기업에서는 미국의 움직임에 발 맞춰 미국 기업과의 협력을 진행 중이다.

HD현대는 지난 4월 헌팅턴잉걸스(HII)와 업무협약을 맺고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경험을 미국 현지에 적극 전수하기로 했다.

헌팅턴잉걸스의 생산성은 연간 1척을 채 건조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인데, 생산인력 교육 및 공정 자동화·인공지능 도입 등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HD현대의 미국 조선업 파트너인 에디슨 슈에스트 오픈쇼어(ECO) 대표단은 국내 조선소를 돌아본 뒤 우리나라 건조 현장의 자동화 수준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한화오션 역시 지난해 12월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고, 투자할 수 있는 추가 조선소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인수한 필리조선소에 추가 투자할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해군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제공요청서를 제출하는 등 해군 프로젝트 입찰을 진행 중이다.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은 연간 20조원 시장으로 평가 받는다.

지난 22일에는 LNG 운반선 1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는 3480억원 규모로 1970년대 후반 이후 약 50년 만에 미국 조선소에 발주된 수출형 LNG 운반선이다.

미국 역시 우리나라 조선업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5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찾았을 때 HD현대와 한화오션 측을 만나 미국 조선업 재건과 관련해 협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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