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쓴 주부 손에 김치·김밥…국경 허문 수출효자 K-푸드 올해 1~6월 말레이시아 농축산식품 수출 9449.4만불 뉴시스 |
2025년 07월 21일(월) 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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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을 쓴 말레이시아 여성의 장바구니에 차곡차곡 쌓인 한국 반찬들과 자리가 비는 족족 새 상품이 채워지는 말레이시아의 한국 식품 코너. 우리가 모르는 새 일상이 된 말레이시아 내 K-푸드는 생각보다 빠르게, 예상보다 강하게 그 입지를 넓혀가고 있었다.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여행을 가봤다면 누구나 거쳐갈 중심지 부킷빈탕에서 서쪽으로 30분정도 차로 달리면 프탈링자야 세랑고르라는 마을에 다다른다.
말레이시아의 역동성을 느끼기 위한 관광객이라면 사실 거의 들를 일이 없는 곳이다. 교육·상업 인프라가 밀집된 이 마을에는 이케아 매장 바로 옆 커브몰(The Curve)이 위치해있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오전 11시가 조금 지나 이곳을 찾았다. 평일 점심시간대인 만큼 장바구니를 손에 쥔 말레이시아 주부들과 산책 나온 노부부의 걸음이 여유로운, 대체적으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커브몰 지상층에 위치한 K플러스 마켓(K Plus Food Market)에 들어선 순간 두리안 향이 코를 찔렀다. 제철을 맞은 무상킹(MuSang King) 두리안이 말레이시아임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몇발자국 안으로 들어서자 낯선듯 익숙한 모습이 펼쳐졌다. 한국어로 표기된 '신선과일·채소' 코너를 지나 '반찬코너' 쪽으로 다가서자 닭갈비, 김밥, 김치볶음밥 등 완벽한 비주얼의 한국 음식이 매대를 가득 채웠다. 갓난아기를 아기띠로 안고 첫째 아이의 손을 꼭 쥔 여성의 다른 손에는 비빔밥이 들려있었다.
바로 옆 냉장코너에는 김치와 젓갈, 조림 및 볶음류 한국 반찬들이 가득 채워져있었다.
정우광 KMT그룹 이사는 "K플러스 마트는 오픈 3년차로, 주 고객층은 말레이시아 현지인"이라며 "전체 상품 대비 한국식품 비중이 20~30% 수준이지만 한국 반찬 코너가 마트의 시그니처고 객단가가 타 마트 대비 2배 이상 높아 K푸드의 영향력이 높은 매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K푸드는 기술·품질 경쟁력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시장을 뚫는 대표 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아세안 식품시장의 핵심 거점이자 전략국가인 말레이시아 내 K푸드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 김밥, 김치 등 대표 K푸드는 말레이시아 내에서 일상화될 만큼 현지인들의 관심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쌀, 참외 등 농산물 수출품목 확대도 추진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지난달 말 기준 말레이시아 농축산식품 수출액은 9449만4000 달러(1314억8840만원)를 기록했다.
이 중 딸기(327만6000 달러), 쌀(105만4000 달러), 김치(104만2000 달러) 등 신선식품 수출은 1116만1000 달러로 전년 대비 7.4% 올랐다.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 위주로 커지던 K푸드의 경쟁력이 농산물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장정호 aT 쿠알라룸푸르 지사장은 "동남아에서 식을 줄 모르는 K한류 로 MZ 세대 중심 K푸드 인기가 선풍적"이라며 "라면, 커피음료, 쌀가공식품, 전통주, 김치, 딸기, 김 등 전략적 마케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수요 맞춤형 수출 인프라 강화, 공동물류창고나 현지화 컨설팅 등 수출정보 고급화를 통해 수요 만족을 연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원증을 목에 건 말레이시아 직장인들이 다함께 돌솥비빔밥을 먹는 모습이나 한국인의 소울푸드격인 한우를 굽는 외식 풍경이 자연스러워지는 모양새다.
이제 따라 기존 한식당 위주가 아닌 현지 로컬 식당에도 한국 식재료를 공급하는 등 추가 수요를 발굴하고 K푸드의 입지를 늘려가고 있다.
여승배 주말레이시아대사는 "말레이시아의 경우 한류문화가 일상화됐지만 이런 수혜산업을 당연시하면 안 된다"며 "(K푸드 확산을) 정부 혼자만 할수는 없고 말레이시아 시장에 관심있는 (기업·단체 등)이 왔을 때 대사관이 중심이 되어 코디네이터를 하고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승배 대사는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 외교 주요 대상이 아세안이고, 그 안에서 말레이시아는 매우 중요하다"며 "외교적인 부분도 중요하고 그 바탕 위에 K푸드나 농수산물, 우리 기업들에도 선순환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작지원: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5년 FTA 이행지원센터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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