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연결부 무너지고 실종자 신고도…'아비규환' 광주

"차라리 꿈이길 바라죠"
18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동.

뉴시스
2025년 07월 18일(금) 11:19
[나이스데이] '426.4㎜' 기록적 수마가 할퀸 상처는 봉합이 쉽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

하천을 따라 만들어진 마을에서 지내온 주민들은 전날 쏟아진 폭우에 내내 밤잠을 설치면서 빗물과의 사투를 벌였다.

퍼내도 퍼내도 끝이 없는 흙탕물과의 전쟁은 이날 아침이 돼서야 잠잠해진 상황.

날이 밝은 뒤 눈에 들어온 잠시 갠 하늘이 원망스럽고 답답할 뿐이다.

폭우는 정겨운 동네였던 신안동을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빗물에 불어난 하천은 집안과 상가로 들이닥치면서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전날 오후 5시께는 굉음과 함께 건너편 마을을 잇는 다리의 연결 부위가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파괴됐다.

늦은 밤에는 경찰차 몇 대가 오더니 이후 '주변에서 사람이 떠내려 갔다더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이날 이른 아침 언론을 통해 '실종자 신고가 접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난 뒤에는 분위기가 더욱 싸늘해졌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가재 도구를 깨끗한 물로 씻어내는 일 뿐이다.

그나마도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일 뿐, 다시 예고된 300㎜가 넘을 수 있다는 폭우 예보에 장탄식을 내뱉었다.

주민 송모(56)씨는 "지금이야 해가 떴지만 또 언제 비가 내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울고 싶지만 울 힘조차 없다"며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복구에 힘을 내고 싶지만 또 어떻게될지 몰라 아직은 무섭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모(72)씨도 "다리가 무너지질 않나, 사람이 휩쓸리질 않나. 흉흉하고 무섭다. 하늘도 무심하다. 차라리 꿈이길 바란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광주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7일 광주에는 총 426.4㎜의 비가 내렸다. 1939년 기상관측 이후 광주지역 역대 최고 일강수량이다.

종전 기록인 1989년 7월25일 335.6㎜에 비해서도 90.8㎜나 많은 강수량이다. 예년 7월 강수량 평년값이 294.2㎜라는 점에서 하루 만에 한달치보다 많은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다.

시간당 최대 강수량 역시 76.2㎜를 기록, 역대 3위 극값을 경신했다.

전남에서는 전날 하루 나주 400㎜, 담양 봉산 379.5㎜, 함평 월야 340.5㎜, 화순 백야 327㎜, 곡성 옥과 313㎜, 무안 해제 311㎜ 등 일강수량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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