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조작' 의혹 리박스쿨, 경찰 수사에 문 닫고 '잠수'[현장] 우편물 쌓이고 인기척 드물어 뉴시스 |
2025년 06월 02일(월) 15: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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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자손군)'를 운영하며 여론 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종로구 하나로빌딩 리박스쿨 사무실 인근의 한 상인은 "별로 오가는 사람이 없다"며 이같이 귀띔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 뒤로 리박스쿨 사무실은 인기척이 끊겼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이날 오전 내내 사무실 불은 켜지지 않았다.
굳게 닫힌 유리문 옆으로 설치된 현판에 적힌 '육사총구국동지회' '전국구국동지연합회' '리박코리아' '대한민국역사지킴이'라는 문구만이 리박스쿨의 사무실을 대변하고 있었다.
유리문 안으로는 "힘내라! 대한민국" "자유를 지키고 싶다면 이승만과 박정희를 배우라"라고 적힌 글귀가 보였다. 출입구 옆에는 백선엽 장군 얼굴이 인쇄된 월간 '영웅'의 특별호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최근까지의 활동을 대변하듯 문 앞으로는 토마토 박스가 놓여 있었고 우편함에는 5월에 보내진 것으로 추정되는 우편물이 6~7개 쌓여 있었다. 이날 오전에도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에드웰센터 늘봄교육지원센터가 지난달 29일 발송한 우편물이 새로 배송되기도 했다.
손효숙씨가 대표로 있는 리박스쿨은 2017년 6월에 만들어진 단체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극우성향 단체다.
리박스쿨의 존재는 탐사 매체 뉴스타파가 지난 30일 해당 업체가 자손군이라는 팀으로 댓글 공작을 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늘봄학교 취업을 위한 '창의체험지도사 자격증'을 주는 대가로 댓글 조작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른 상인은 "역사가 왜곡됐다는 내용의 강의가 주로 이뤄진 곳"이라며 "계엄 뒤로는 리박스쿨에서 사람을 거의 못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주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집회하는 날 더 많이 다녀갔다. 최근에는 계엄 전 일요일에 강의가 있어서 사람이 바글바글했다"며 "다만 최근 1년 정도는 주로 초등학생과 같이 30~40대 여성들이 많이 보였던 것이 특이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상인은 리박스쿨은 최소 2022년부터 댓글팀을 모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지난 2022년 5월 본업을 위해 건물로 돌아왔을 때 리박스쿨 사무실 내부에서 '댓글 봉사' 자손군을 모집하는 현수막이 보였다며 "사무실에서 일부 매체를 중심으로 댓글 여론을 선점하라는 이야기가 들렸다"고 회고했다.
관계기관은 대선 댓글 조작 의혹과 관련해 대응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공직선거법상 유사기관 설치 금지 위반 등의 혐의로 리박스쿨 관계자 수사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서울교대와 '한국늘봄교육연합회'가 업무협약을 체결해 서울 시내 10개 학교에 '두근두근 신나는 실험과학(창의과학)'과 '오감으로 느끼는 그림책(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늘봄학교와 리박스쿨의 관련성 전수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교대 늘봄교육지원센터는 "프로그램 내용을 검토한 후 내용상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상황 점검 후 즉시 해당 프로그램 운영을 중지하고 해당 업체와 협약 취소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앞서 뉴스타파는 리박스쿨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등을 공격하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댓글을 올리는 자손군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단체가 댓글 공작 참여자를 늘봄학교 강사로 채용해 서울 시내 10개 학교에 투입했다고도 보도했다.
민주당은 리박스쿨 홍보영상에 김 후보가 등장하고 지난 총선에서 이 단체 관계자들이 김 후보가 창당한 기독자유통일당 후보로 출마한 점을 들며 김 후보와 단체의 연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 후보는 댓글 조작 의혹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