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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법은 근로계약을 직접적으로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좌우할 수 있으면 사용자에 포함될 수 있도록 사용자 개념을 넓혔다. 합법적으로 파업 등을 할 수 있는 노동쟁의 범위도 확장돼, 사업상의 결정이나 단체협약 위반 등도 포함된다.
하지만 법 시행으로 원청 대기업과 하청 노동조합 등의 교섭이 무조건 가능해진다거나 공장 해외이전이 곧바로 쟁의 대상이 되는 구조는 아니다.
지침에 담긴 구체적인 사례들을 토대로 쟁점을 정리해봤다.
◆원청 사용자성 이럴 때 '인정'…구조적으로 안전·근로시간 등 통제 가능한 경우
개정 노조법 2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고 규정한다.
노동부는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을 판단할 때 단발성 지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통제가 가능한지를 봐야 한다고 제시했다.
먼저 산업안전 분야를 살펴보자. 만일 원·하청 근로자들이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고, 작업에 사용되는 주요시설·장비·설비·작업공간 등이 원청 관리 하에 있으며, 하청업체 단독으로 위험요인 제거나 안전설비 설치 등 구조적 개선이 어렵다면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근로시간이나 인력 운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원청이 작업 투입 인원 규모, 시간대, 교대 구성 등을 사전에 승인하거나 구체적으로 지정한다는 구조라면 실질적인 사용자는 원청이다. 주6일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위수탁이나 도급계약 해지가 가능하도록 한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하청노동자들의 통근버스 운영이나 휴게시설 등을 결정하는 것이 원청이라면 이 역시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높다. 원청이 식대 단가나 교통비를 축소하라고 요구하고, 하청업체가 이를 그대로 집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성과급이나 상여금 지급 여부를 원청이 결정하고 하청은 배분만 하는 구조라면 실질적 지배는 원청에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또 원청이 정한 프로젝트 평가·실적지표·고객만족도 등급에 따라 하청노동자의 성과급과 상여가 연동되도록 설계된 경우도 비슷하다.
◆원청 사용자성 이럴 때 '어려움'…계약 준수 요청하고 작업장소 배정하는 경우
하지만 모든 경우에서 하청업체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통상적인 도급계약에서 나타나는 지시·조정은 계약상 관리 수준이라, 구조적 통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장 구내식당에서 조리·배식업무를 맡고 있는 사내 하청업체에 '식사 시간에 맞춰 조리·배식업무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통상적인 계약 일정 조율로 볼 수 있다.
공장 관리자가 청소용역업체에 일별 작업장소를 배정하거나 결과 기준을 제시하는 경우, 전산장비 유지보수업체에 여러 경로로 접수된 장애(고장) 신고 처리나 근무시간 이후 서버점검 등을 수행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물품 완성 일정에 맞춰서 업무를 해달라고 요구하거나 설계 도면대로 작업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일반적인 지시에 해당한다. 같은 사업장 내에서 일한다고 하더라도 지정된 작업구역을 사용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 작업장 내 자재·폐기물 관리 방식을 준수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사용자성 인정이 어렵다.
특히 작업 투입 인원이나 순서를 조정한다고 해도 동시에 작업하는 다른 하청업체와의 공정 충돌 방지 등 현장 운영상 필요에 따른 조치라면 구조적 통제로 보기 어렵다.
생산효율화를 위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스템 등을 통해 생산정보를 공유해달라고 요청하거나, 민원 발생 시 원인 파악과 대응을 요청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밖에도 노동부는 원청이 출입·보안만 통제하는 정도, 시설을 제공하고 기본관리만 하는 경우 등도 그 자체로는 사용자성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제시했다.
◆공장 해외이전 결정 자체는 교섭 대상 아냐…정리해고는 수반하면 노동쟁의
개정법으로 노동쟁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제조업 공장의 해외이전 결정도 노조와 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해외이전 결정 자체는 노동쟁의 대상은 아니지만, 이로 인해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은 단체교섭 대상이 된다는 게 노동부의 잠정 결론이다.
예를 들어 A사가 인건비가 싼 해외에 신규 공장을 지어 생산설비를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고 하자. 이 단계에서는 이전 결정 자체가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하므로 노조와 교섭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해외이전으로 국내 생산 물량이 줄어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정리해고를 검토한다는 공지가 나온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경우 노조는 고용보장, 전환배치 기준 등을 두고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관련 사업본부가 없어지고 남은 부서로의 전환배치도 불가능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제도 신설 또는 기준 변경, 징계·승진 기준 마련 및 변경, 정년연장 기준 설정 시에는 근로자 지위에 영향을 미치므로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개별 해고자의 복직 요구나 특정인의 승진 누락은 그 대상이 아니다.
이 밖에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도 노동쟁의 대상이 된다. 사용자가 단체협약 위반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이행하지 않거나, 단체협약 문언이 명확해 노동위원회의 노동쟁의 조정이나 지방고용노동관서의 노사교섭지도 과정에서 위반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경우 등이다.
예컨대 노조와 '각 조합원 기본급의 3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합의 했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지급하지 않은 경우, '2026년 3월 말까지 교대근무자의 근무형태를 4조2교대제로 전환·시행한다'고 해놓고 하지 않은 경우, '정리해고 시 노조와 사전협의한다'는 조항이 있음에도 성실한 교섭을 위해 노력을 전혀하지 않은 경우가 해당한다.
다만 체불임금 청산, 해고자 복직, 단체협약 이행, 부당노동행위 구제 등은 사법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노동부는 내년 1월 15일까지 해당 지침을 행정예고 하고,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지침을 추가 보완할 방침이다. 지침 전문은 노동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시스
2025.12.26 (금) 12: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