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명칭 김대중 공항?…"쇄신 계기" vs "시대 착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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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명칭 김대중 공항?…"쇄신 계기" vs "시대 착오"

광주 민간·군공항 무안 통합이전 합의에 개명 검토
'참사' 이미지 탈피, '서남권 관문' 재육성 의지 풀이
"이름부터 획기적으로" "사회적 합의 없인 국론 분열"

[나이스데이] 광주시·전남도와 정부가 광주 군·민간 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통합이전하는 데 합의하면서 명칭으로 '김대중 공항'을 검토하겠다 밝혀 여론이 엇갈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전 업적을 기리고 참사로 무너진 서남권 관문공항의 위상·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시대착오적인 우상화·국론 분열 우려 등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광주시·전남도·무안군과 국방부·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국토부)는 17일 광주 군·민간공항 무안공항 이전을 위한 6자회동(TF)에서 통합이전에 전격 합의했다.

특히 호남지방항공청 신설과 함께 통합 무안국제공항 명칭을 '김대중공항'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여객기 참사로 무기한 폐쇄되며 존폐 기로에 선 무안국제공항이 '대형 참사가 난 위험한 공항'이라는 오명을 떨쳐내고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고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토' 수준의 언급이지만, 현실화된다면 국내에서는 정치지도자의 이름을 딴 최초의 공항이 된다.

국내 모든 공항은 지명을 붙이고 있어 전례가 없지만, 세계 주요 국제공항은 자국의 역사적 인물 이름을 붙여 '브랜딩'하기도 한다.

미국 뉴욕의 '존 F. 케네디 공항',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 인도 델리 '인디라 간디 공항'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본토 국내선 전용이긴 하지만 워싱턴 D.C 공항도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의 이름에서 따왔다.

캐나다 토론토의 피어슨 국제공항 역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레스터 B. 피어슨 총리의 이름을 붙였다.

'김대중 공항' 명칭 변경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 전 대통령의 세계적인 민주·인권·평화 지도자로서의 업적을 기리는 동시에, 세계적인 국제공항에 못지 않은 서남권 관문공항으로 새로 거듭날 수 있도록 육성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역이 배출한 정치지도자로서 '김대중'을 붙인 시설명도 처음은 아니다. 광주의 대표 국제 회의·전시 시설은 '김대중컨벤션센터', 무안과 신안을 잇는 교량도 '김대중 대교'다.



무안공항과 인접한 신안 하의도에서 태어나 일생을 동서 화합과 남북 통일에 헌신했으며 국내 첫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 전 대통령의 업적에 비춰 새 공항 이름으로는 손색 없다는 여론도 있다.

한 광주시민 김모(56)씨는 "단순히 지역이 낳은 대통령이 아니라, 노벨평화상을 받을 정도로 세계적인 민주·인권 지도자였던 김 전 대통령의 상징성이 크다. 참사 이미지가 각인된 공항 명칭을 바꾸고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사 이후 무안공항 무기한 페쇄로 침체된 지역 관광과 항공 수요 회복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이미 전세계에 참사로 인해 각인된 '무안'이라는 지명 대신, 아예 획기적인 새 이름을 붙이면 이미지 쇄신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름부터 시설과 운영 시스템까지 혁신한다면 공항도, 관광업계도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특정 정파 소속 전직 대통령을 우상화하면 자칫 소모적인 국론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도 '박정희 공항'으로 이름을 바꾸자는 보수 정치계의 제안이 잇따르자 거센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독재자 우상화', '정치적 편향 지양' 등 반대 목소리가 높게 나왔다.

'김대중 공항' 역시 정치 이념 논쟁으로 번질 소지가 높다. 벌써부터 온라인커뮤니티 등지에서는 '김대중 공항' 명칭 변경 검토를 둘러싸고 누리꾼들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반대 입장 글이나 댓글에는 '또 김대중 선생이냐' 등 조롱 섞인 내용이 상당수다. '아무리 민·군 통합이라지만 군공항에 노벨평화상 수상자 이름을 붙이는 센스' 등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특정 정파, 정당 소속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국제공항 등 공공인프라에 붙이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체제와 시대 정신에 걸맞지 않다는 비판이다.

최근 전남도 내 국립대학인 목포대와 순천대의 통합 과정에서도 일부 국회의원들이 '김대중 대학교'를 제안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결국 "학교 주인인 학생과 대학 의사와는 무관한 정치 논리"리는 반발에 부딪혀 '김대중대' 제안은 무산됐다.

자영업자 김모(36)씨는 "대구공항을 '박정희 공항'으로 부르자는 주장과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르냐. 박정희든, 김대중이든 전직 대통령 모두 공과 과가 있고 그 역사적 평가 역시 제각각일 수 있다.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국제공항에 굳이 특정 정치인 이름을 붙여야 하는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위인의 업적을 기려 공항 명칭에 붙이는 게 시민 참여와 직접민주주의 요소가 강한 지금 시대 정신이나 국민 감정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참사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차원에서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면 다른 '네이밍'도 충분히 고민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토한다고 했으니 충분한 여론 수렴과 숙의 절차를 거쳐야 불필요한 논쟁과 국론 분열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