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만난 윤석열-곽종근…윤 "국회 군 투입, 질서 유지" VS 곽 "시민보호 못 들어"
검색 입력폼
사회

법정서 만난 윤석열-곽종근…윤 "국회 군 투입, 질서 유지" VS 곽 "시민보호 못 들어"

尹, 곽종근 증인신문 날 4달만에 내란 재판 출석
郭 "'문짝 부숴서라도 의원 끌어내라' 지시 기억"
"尹, 비상대권·특별한 방법 언급…계엄으로 이해"
'국회 군 투입 목적' 관련 尹이 직접 신문도 나서

[나이스데이]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30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문짝을 부숴서라도 안에 있는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을 재확인했다.

재구속된 이후 약 4개월 만에 자신의 내란 혐의 재판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윤 전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을 직접 신문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계엄 선포 당일 국회에 군을 투입한 목적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1심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 7월 10일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에 의해 재구속된 후 16회 연속 자신의 내란 재판에 불출석하던 윤 전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이 증인으로 출석한 날 약 4개월 만에 법정에 나왔다.

법정에 나온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이후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증언했던 내용을 법정에서도 그대로 유지했다.

곽 전 사령관은 특검팀이 "당시 윤 전 대통령이 '문짝을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 다 끄집어 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고 할 때 YTN 화면을 보고 있어서 명확히 기억한다"고 했다.

이어 "자수서에 거친 표현을 쓰는 것이 부담스러워 '부수고'를 '열고'로, '끄집어내라'를 '데리고 나와라'라고 썼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36분, 다음날인 4일 0시31분 두 차례에 걸쳐 윤 전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두 번째 통화에서 이같은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시간이 간다고 잊히는 게 아니다"라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는 통화를 많이 해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비슷한 결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증언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기도 했다. 반면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을 듣던 윤 전 대통령은 변호인과 귓속말을 하며 웃거나, 애써 웃음을 참으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당시 도끼를 사용하란 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도끼로라도 문을 부수라고 했느냐"는 특검팀 물음에 "도끼란 표현은 제 기억에 없다"고 답변했다.

이날 법정에서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부터 '비상대권'을 언급했다고도 증언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1일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과 곽 전 사령관이 가진 저녁 자리에서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이나 비상대권에 대한 말을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직접 '계엄'이라는 용어를 말한 적은 없다"면서도 "당시 기억 속에 '확보해야 할 장소, 비상대권, 특별한 방법' 등이 그때부터 기억 속에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9일 같은 참석자들이 모인 자리에선 윤 전 대통령이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선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특검팀이 '특별한 방법'을 비상계엄으로 이해한 것이냐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없다고 하면 거짓일 것 같다. 머릿속에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특검팀의 증인신문에 이어 윤 전 대통령의 반대신문이 진행됐고, 장시간 침묵을 지키던 윤 전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라는 곳이 어마어마하게 넓고, 본관도 7층부터 지하 1층까지 있는 등 매우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확보라고 하는 것은 군이 어떤 지점을 장악한 다음 거기에서 민간인 통제를 불허하고 관계자만 출입시킨다는 등의 목적을 갖고 확보를 하는 것"이라며 "그런 것 없이 했다는 게 (말이 되냐)"며 소리내어 웃었다.

그는 당시 국회에 투입된 병력 규모와 관련해서도 "의원회관은 어마어마하게 크고, 수천 명이 있는 곳이다. 당시 국회는 회기 중이었다"며 "그런 것은 생각하지 못했냐"고 곽 전 사령관에게 물었다.

그러자 곽 전 사령관은 "당시 인식은 근무하는 인원 말고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장병들에게 실탄을 개인 휴대 시키지 말라'는 지시를 김 전 장관으로부터 받은 것인지 물어봤고, 곽 전 사령관은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실무장 하지 말라고 했다면 (국회) 확보는 공공 질서 유지를 위해 들어간 것, 거점 확보가 아니냐"고 했으나 곽 전 사령관은 "말씀하신 질서 유지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질서 유지, 시민 보호라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고 맞섰다.

윤 전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에게 "상식적인 것인데, 사령관님 머릿속에는 역사상 많은 계엄이 있었을 것이다. 어떤 계엄으로 생각했냐"며 "계엄 얘기를 듣고 임무, 지시를 받았다면 (국방부) 장관에게 계엄에 투입되는 군 규모 등을 물어본 적 있나. 제가 사령관 입장이라면 궁금할 것 같다"고 물었다.

이에 곽 전 사령관은 "지금 와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제가 되묻고 싶다"며 "계엄이 선포되며 갑자기 투입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그 이후에 판단을 거치며 '이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유무죄를 가를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곽 전 사령관의 증언대로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상황에서 국회의원을 무력으로 국회 밖으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면,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국헌 문란 목적'이 성립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재판 말미 윤 전 대통령은 "체력이 닿는 데까지 하여튼 나오겠다"며 재판 출석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건강상태가 좋지는 않다"면서도 "도저히 못 나오는 상황이 되면 말씀드리고, 웬만하면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