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기능 분리 방침에 한전·한수원 수출 창구 통합도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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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기능 분리 방침에 한전·한수원 수출 창구 통합도 차질 우려

정부, 산업 에너지 부문 분리해 환경부로 흡수통합 추진
국내 원전 건설·운영과 수출 분리로 경쟁력 약화 우려↑
원전 수출체계 개편 미뤄지면 美 원전수출도 난항 예상

[나이스데이] 이재명 정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전 기능을 둘로 쪼개면서 올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던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간 수출 창구 통합도 사실상 올 스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전과 한수원으로 원전 수출 창구가 나눠져 집안 싸움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 개선을 위한 원전 수출체계 개편이 시급하지만 환경부로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관리 기능이 넘어가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예상이다.

미국과의 원전 협력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은 오는 2030년까지 신규 원전 10기를 착공한다는 계획인데 원전 건설·운영과 수출의 이원화로 인한 비효율과 신뢰도 하락 등에 따른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관가에 따르면 당정은 지난 7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부서 대부분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긴 조직 개편 방향을 확정·발표했다.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개편될 예정이다.

이 방안은 산업부에 원전 수출을 맡기고 신설되는 기후에너지부는 원전 건설·운영 넘겨받아 재생에너지와 함께 국내 에너지 정책을 총괄한다는 구상이 담겼다. 사실상 환경부가 원전산업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가 되는 셈이다.

조직 개편이 완료되면 국내 원전 정책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나눠 맡게 된다. 산업부는 원전 수출을 담당하고 기후에너지부는 원전 건설·운영, 과기부는 원전 기술 연구를 담당하는 방식이 된다.

한수원의 경우 원전 건설·운영과 관련해서 기후에너지부의 지시를 받아야 하고 수출은 산업부, 기술개발은 과기부와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전도 국내 건설과 수출 업무를 기후에너지부와 산업부에 나눠 협의해야 한다.

원전 업계에서는 과거 문재인 정권때 탈원전을 선언한 이후 수출을 시도하면서 원전 생태계가 훼손됐고 국가 경쟁력도 크게 약화된 것을 볼 때 원전 건설·운영과 수출 기능을 분리할 경우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규제 중심의 환경부에 원전 건설과 운영을 주도하는 만큼 신규원전 건설, 원전 계속 운전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정책의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고 원전 생태계 훼손은 해외 수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당장 원전업계에선 올해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원전 수출 체계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부처간 기능 분산으로 인해 한전, 한수원 수출 창구 통합도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이 기후에너지부로 넘어갔는데 산업부 주도로 이들 기업들의 수출 체계 개편 작업이 제대로 이뤄질 지 여부도 미지수인데다 실시하더라도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예상도 들린다.

2016년 이전에는 한수원의 모회사인 한전이 원전 수출을 도맡아왔지만 현재는 한전이 미국,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베트남 등 19개국을 담당하고 한국수력원자력은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필리핀 등 32개국을 맡고 있는 중이다.

수출지역 구분으로 인해 올해 5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운영지원용역 추가 공사비 정산을 둘러싸고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서 중재 절차를 밟는 등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올 1월 한전·한수원과 WEC이 맺은 지식재산권 분쟁 합의로 인해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수출할 수 있는 지역은 중동·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으로 한정돼 더 이상 수출지역 구분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함께 원전 수출 체계 개편이 늦어지면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의 합작법인 설립과 이를 통한 미국 원전 건설 사업 추진도 쉽지 않다는 의견도 들린다. 내부 체계 정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한수원 노조 측에서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다. 원전 관련 업무를 둘로 쪼갤 경우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이 훼손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원전 조직과 기능의 산업부 존치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통한 원전 조직·기능 유지 등에 대해선 받아들일 수 있지만 환경부에 원전과 관련해 일부 기능만 떼서 넘겨주는 방식은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의 환경부 이관은 산업과 에너지를 인위적으로 분리해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졸속 결정"이라며 "이는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국가 경제와 산업 기반 전체를 흔드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