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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 대표팀은 미국 원정 2연전을 '1승 1무'로 마쳤다.
7일 뉴저지주 해리슨에서 열린 미국과의 첫 번째 평가전에선 2-0으로 승리했고, 10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치른 멕시코와 두 번째 평가전은 2-2로 비겼다.
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순위가 더 높은 미국(15위), 멕시코(13위)를 상대로 무패 성과를 내며 내년 북중미월드컵을 기대하게 했다.
멕시코는 올해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골드컵 우승국이고, 미국은 골드컵에서 준우승한 북중미 맹주다.
▲미국 진출 후 더 날카로워진 손흥민 원톱
세계 최고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떠나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로 진출한 뒤 처음 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LAFC)은 날카로운 발끝을 자랑했다.
'에이징 커브(노쇠화에 따른 기량 저하)'로 예전만 못할 거란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미국에서 평가전을 치러 시차 적응 없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나선 손흥민은 미국전에서 1골 1도움으로 승리에 앞장섰고, 멕시코전은 후반 교체로 들어가 동점골로 답답했던 흐름은 단숨에 바꿔놨다.
무엇보다 최전방 원톱으로 나선 이른바 '손톱(son-top)' 전술에서도 파괴력을 발휘했다.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상대 실수를 유발했고, 기회가 왔을 때 마무리짓는 결정력으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손흥민의 활약으로 홍명보호는 강호 미국, 멕시코를 상대로 2경기 연속 멀티 득점이 가능했다.
송영주 축구 해설위원은 "미국 원정에서 공격 쪽에서의 만족감이 크다. 손흥민이 LAFC 이적 후에도 활약해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민재 중심 스리백의 가능성
이번 미국 원정 2연전에서 가장 큰 소득은 월드컵 본선 대비 전술인 스리백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북중미행을 확정한 뒤 7월 K리거와 J리거로만 멤버를 꾸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챔피언십(동아시안컵)부터 스리백을 시험했다.
동아시안컵에선 일본과 최종전에서 패해 우승을 놓쳐 아쉬움을 남겼으나, 이번엔 해외파가 합류해 완성도가 높아졌다.
무엇보다 간판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오면서 스리백이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김민재는 스리백의 가운데 서서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의 뒷공간 침투를 차단했다.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A매치 경험이 적은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 이한범(미트윌란)도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다만 후반 막판 밀리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내려앉아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건 보완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송영주 위원은 "3-4-3(혹은 5-4-1) 전술은 플랜A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최종 수비가 많아 공간을 안 주고, 중원에 경쟁력이 생긴 건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빌드업을 정확히 가져가고 수비 안정감을 높이는 건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김민재가 잘했지만, 우리가 공을 가졌을 때 빌드업이 잘 안됐다"고 지적했다.
박찬하 해설위원도 "우리보다 FIFA 랭킹이 높고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만날 확률이 있는 팀들을 상대로 원정에서 결과를 가져온 건 소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혼혈 파이터 카스트로프의 강렬한 첫인상
'중원 사령관' 황인범(페예노르트)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가운데 중원엔 독일 출신의 '파이터'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가 태극전사로 합격점을 받았다.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22세 혼혈 선수 카스트로프는 이번에 처음 한국 대표팀에 뽑혀 미국전 교체로 데뷔전을 치렀다.
짧은 시간에도 2-0 승리에 일조하며 무난한 데뷔전을 소화한 카스트로프는 멕시코전에선 첫 선발로 출격해 전반만 뛰었다.
베테랑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아인)와 호흡을 맞춘 카스트로프는 몸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적극적인 플레이로 홍명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멕시코전에선 카스트로프가 끊어낸 뒤 역습으로 이어지는 공격 전개가 매우 위협적이었다.
송영주 위원은 "카스트로프의 가치는 충분히 확인했다. 많이 뛰고 부딪치고 압박하는 이런 유형의 선수가 필요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스리백 전술을 극대화할 확실한 중원 조합을 찾는 건 숙제로 남았다.
황인범이 돌아오면 남은 한 자리를 차지한 파트너를 두고 카스트로프는 물론 백승호(버밍엄시티), 김진규(전북), 박용우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