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 임시 중단에 청와대 상권 '썰렁'…대통령 복귀 '기대 반 걱정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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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임시 중단에 청와대 상권 '썰렁'…대통령 복귀 '기대 반 걱정 반'

청와대 관람, 지난 1일부터 일시 중단…상권 위축 뚜렷
인근 상인 "매출 줄어" 한 목소리…집무실 이전엔 이견

[나이스데이] "가게 문을 연 지 두 시간이 다 됐는데 이제야 첫 손님이네요. 이러다 월세도 못 내겠어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한 카페를 운영하는 70대 남성 임모씨. 임씨는 취재진이 구매한 머핀을 건네면서 하소연했다.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들어 청와대 관람이 일시 중단된 상황에서 인근 상권을 중심으로 위축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골목 상권의 침체는 2022년 5월 '청와대 국민의 품으로'라는 슬로건과 함께 전면 개방됐던 청와대 시민 관람이 청와대 보안 점검 등을 이유로 이달부터 전면 중단되면서부터 현실화했다. '광장의 빛으로, 다시 청와대'를 새 슬로건으로 재단장에 들어간 청와대는 이재명 대통령 집무실이 복귀한 뒤 일부 동선 관람이 재개될 방침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이 대통령 당선 뒤로 청와대 관람이 제한될 조짐이 보이자 막판 관람객 행렬이 이어졌다. 청와대재단에 따르면 청와대 전면 개방 뒤로 마지막 관람일인 지난달 31일까지 청와대를 방문한 인원은 852만130명으로 집계됐다.

그 과정에서 관광객 특수를 누렸던 주변 상권은 이제 시민 관람 일시 중단으로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부터 국정기획위원회 등 통의·효자·창성·궁정·청운동 인근 상권에는 상점 절반 이상이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건너편인 통인·옥인·신교동 방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일부는 여름휴가를 이유로 3주 넘게 문을 닫기도 했다.

청와대 사랑채 인근의 한 카페 관계자는 "이달 들어 손님 수가 줄었다"면서 "거리에 사람 자체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도 "청와대 개방이 되면서 매출이 많이 올랐었다. 특히 지난 6~7월에 혜택을 많이 봤다.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매출이 높았다"면서 "하지만 고정 수입이 들어오는 것은 식비를 무조건 써야 하는 경찰공무원이다. (관람 중단 뒤로) 소비자 패턴이 바뀌어서 발주 자체가 달라졌다"고 귀띔했다.

한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황모씨는 "매출이 아예 줄었다. 반토막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아예 없다"라며 "원래 방학 때 아이와 함께 관광을 오는 고객이 많았는데 이제 사람 자체가 아예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청와대 관람 일시 중단으로 인해 유동 인구 자체가 줄어든 점이 곧 상권의 타격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와대 관람 중단과 맞물려 추진되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놓고는 반응이 엇갈렸다.

한 카페를 운영하는 박태환(39·남)씨는 "사람이 많이 줄었고 매출은 절반까지는 아니더라도 3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면서 "(관람객 대신)공무원이 돌아온다고 해도 별로 기대감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근 카페 점주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예상되는 시위로 인해 고객 수는 크게 늘지는 않으면서 소음만 커지지는 않을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반면 인근 간판업체 점주는 "청와대 개방 때 인파가 너무 많아서 싫었다. 원래 조용한 동네인데 너무 시끄러웠다"라면서 "식당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청와대 관람이 중단되면서 동네가 조용해져 좋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근 편의점의 한 직원은 "(이전과 같은)청와대 (전면) 개방에 반대한다"라며 "편의점, 빵집, 세탁소 같은 업종은 모두 고정 수입이 있어야 한다. 경찰이 상주하면서 소비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급격한 소비 환경의 변화에 상인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상생안은 마련할 것을 제언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청와대가 자주 갈 만한 위치는 아닌 만큼 관람이 중단되면 인근 상권 수요가 줄 수 있다"며 "청와대 주변 상인은 관람객이 많이 오니까 투자하고 인력을 충원했을 텐데 지역과 상생이 이뤄지지 않으면 갑작스럽게 관람이 중단되면서 타격이 있을 수 있다. 지역 상인과 상생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보안과 관련되지 않은 공간은 지금의 개방적인 형태를 유지하거나, 행사를 지속적으로 끌어내서 관람객의 방문 유도하거나, 청와대 사랑채 같은 공간에 콘텐츠를 개발해 방문객을 늘리는 방안 등을 연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시스